李, 트럼프에 '비핵화 3단계' 제시 예상…한미 대북 구상 호흡 맞추기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부가 미국과 보조를 맞출 대북정책의 구상을 '비핵화 3단계'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언급했다.

이는 한 번에 비핵화를 달성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일괄 제공하는 '빅 딜' 방식이 아니라, 북한의 단계적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 제공을 반복해 완전한 비핵화로 유도하는 '스몰 딜'이 정부의 비핵화 구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핵 군축'을 목표로 한 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이후 "비핵화는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난 2018년 방식의 '빅 딜 협상'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 대통령의 '비핵화 3단계' 제안은 이같은 북미의 입장에 따른 정세 흐름을 고려하되, '비핵화'를 북핵 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한 정부의 입장과의 접점을 찾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 때문에 우선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의 일치된 대북 기조를 먼저 세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北 반응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첫 단계 '동결'도 난망 예상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거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친서 발송을 시도하면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출범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의 강성 대북 조치를 대부분 중단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한미의 정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가 대북 공동 기조를 세울 경우 북한의 반응을 끌어내기 더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능력'을 변화된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인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이를 수용할 때에만 '다른 접촉 출루(구)'를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정치적 수사 이상의 '핵보유국 인정' 조치를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비핵화를 거부한 데 이어 나온 북한의 이런 입장은 북한이 이 대통령의 '비핵화 3단계'에도 긍정적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북한의 반응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조'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을 북한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전체에서 핵 위협을 제거한다는 의미로 남북한을 아우르는 용어인 반면, '북한의 비핵화'는 북핵의 본질을 짚는 용어로 해석돼 왔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용어 선택은 북한에 대한 자극을 줄이면서 북한도 동의했던 2018년 싱가포르 합의에 들어간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상기시켜 미국의 출발점이 싱가포르 합의에 있음을 주지하고,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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