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많이 찾는 필리핀 마닐라서 日관광객 2명 피살… 가이드가 용의자

호텔 인근 택시 하차 직후 총격… 형제 체포
"배후도 일본인… 2억여 원 제안하며 청부"

1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번화가인 말라테구 거리에서 일본인 여행객 2명이 총격 피살됐다.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장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캡처

필리핀 수도 마닐라 번화가에서 일본인 관광객 남성 2명이 총격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인 관광 가이드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20일 필리핀 매체 ABS-CBN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일본인 여행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인 형제를 체포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형(62)은 각각 53세·42세인 일본인 남성 2명의 관광 가이드 역할을 맡았고, 동생(50)이 두 사람에게 총을 쏴 직접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5일 밤 10시 40분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형과 피해자 2명은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구의 한 5성급 호텔 근처에 내렸다. 그런데 택시가 서자마자 주변으로 남성 2, 3명이 다가왔다. 택시 뒷좌석에 탑승해 있던 피해자들이 하차한 직후, 동생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뒤쪽에서 두 사람 머리에 총을 쏜 뒤 공범들과 함께 도주했다. 이러한 범행 장면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 중 한 명은 다른 일본인으로부터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대가로 900만 필리핀페소(약 2억2,000만 원)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을 청부한 당사자는 현재 일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현장에서 달아난 또 다른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필리핀에선 한국인·일본인 등 외국인을 겨냥한 총기 강도·살인 등 강력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말라테구에서는 지난 3월 한국인 관광객 남성 1명이 소매치기를 하려는 강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4월에도 필리핀 북부 루손섬 팜팡가주의 관광지 앙헬레스시에서 한국인 관광객 1명이 오토바이 강도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