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스포츠W 언론사 이미지

한국 영화의 심장 충무로, 살아 숨쉬는 히치콕 영화를 품다…‘슬립노모어 서울’ 개막

스포츠W 임가을
원문보기
[임가을]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국 영화의 심장부였던 대한극장에 살아 숨쉬는 히치콕 영화가 펼쳐진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의 매키탄 호텔에서 ‘슬립노모어 서울’의 미디어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주최·제작사 미쓰잭슨 박주영 대표를 비롯해 펀치드렁크의 필릭스 바렛, 맥신 도일 연출, 콜린 나이팅게일 프로젝트 어드바이저, 사이먼 윌킨슨 조명 디자이너, 데이비드 레이노소 의상 디자이너, 리비 보건 무대 디자이너가 참석했다.



‘슬립노모어’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맥베스’를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느와르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영국의 창작 집단 펀치드렁크가 창작했다.

2013년 뉴욕에서 이 공연을 처음 봤다는 박 대표는 “영화 투자를 오래 했었는데, 관객이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바라봐야 하고 제공받아야 한다는 점들이 한계로 느껴졌다”면서, “‘슬립노모어’에서는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경험을 하실 수 있다. 관객들의 경험을 통한 영감이나 자극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내 제작진의 창작 영역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은 규모를 키워 2009년 미국 보스턴으로 진출했고, 2011년에는 미국 뉴욕으로 무대를 옮겨 오픈런(상시 공연)의 형태로 10년 이상 흥행했다. 이후 2016년 중국 상하이 진출에 이어 올해 한국에 상륙하게 되었다.

각 도시에 세워진 ‘슬립노모어’의 공연장은 모두 이름이 다르다. 뉴욕 공연장은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 등장하는 호텔의 이름을 따와 매키트릭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상하이도 맥을 이어 매키넌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 공연의 매키탄 호텔의 작명 이유에 대해서 박 대표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가미하고 싶었다”면서, “히치콕의 영화와 스코틀랜드, 대한의 ‘한’을 결합을 해서 함축적인 의미로 맥키탄 호텔로 지었다. ‘Make it Han’이라는 발음과 닮게 작명해서 한국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슬립노모어’는 이머시브 시어터라는 독특한 형식을 선도한 세계적인 작품이다. 이머시브 시어터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극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체험하는 방식을 차용하며, 관객들은 하얀 가면을 쓴 채 정해진 루트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립노모어’ 속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펀치드렁크의 설립자이자 연출을 맡은 펠릭스 바렛은 이머시브 시어터에 대해 ‘단순한 공연이 아닌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표현했다. 그는 “이머시브 시어터는 관객들을 이 세계의 한 중심으로 뚝 떨어뜨린다. 살아 숨쉬고 있는 내러티브 속에서 원하는 인물을 따라갈 수도,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답과 옳고 그름은 없다”고 설명했다.

‘슬립노모어’는 이머시브 시어터 공연이면서도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논버벌(Non-verbal) 공연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맥신 도일은 “‘슬립노모어’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움직임과 퍼포먼스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언어의 장벽 없이 다양한 문화, 국가에서 더 와닿을 수 있다”며 글로벌 흥행의 비결로 꼽기도 했다.


작품의 제목인 ‘슬립노모어’(sleep no more)는 작품의 원작인 ‘맥베스’의 대사에서 따온 제목이다. 펠릭스 바렛은 “맥베스가 갖고 있는 미신에 대한 믿음, 정신착란증과 초자연적인 것을 표현하는 이유로 제목을 정했다”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모호하면서도 스릴 넘치고, 마법적인 느낌을 관객분들도 느끼셨으면 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슬립노모어’의 특징 중 하나는 건물 전체를 공연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슬립노모어 서울’의 무대가 되는 매키탄 호텔은 66년 역사를 지닌 한국 영화의 상징, 대한극장 건물이 재탄생한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11개의 영화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멀티플렉스는 살아숨쉬는 23개의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는 무대가 되었다.

박 대표는 “대한극장을 단순한 공연장으로 개조하기보다는 1930년대 스코틀랜드 배경의 새로운 세계관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먼지 한 톨까지 연출 의도가 담겨있을 정도로 세세한 디테일을 확인하실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일부는 대한극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관객분들이 대한극장의 헤리티지와 ‘슬립노모어’의 서사를 동시에 만나보며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매키탄 호텔에 담긴 역사는 작품에도 의미를 더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와 느와르 영화의 왕이라 불리는 히치콕 감독의 세계를 연결한 ‘슬립노모어’는 유서 깊은 영화관을 탈바꿈시킨 서울 공연을 만나 메타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펠릭스 바렛은 “‘슬립노모어’를 드디어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영화관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완벽한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관객분들도 마치 살아 숨 쉬는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하고, 히치콕 영화와 맥베스의 연관점을 설명했다.

“‘슬립노모어’를 살아 숨쉬는 히치콕 영화의 느낌으로 살리고 싶었다. 레이디 맥베스라는 캐릭터를 히치콕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팜므파탈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제 막 40년대로 넘어가며 전 세계적으로 무언가가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의 시대이자 느와르 장르의 고점이었던 1939년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어두운 분위기의 느와르 장르를 채택하고, 권력을 향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다룬 고전을 원작으로 채택한 만큼 작품의 수위도 만만치 않다. 폭력석, 선정성이 짙은 장면을 라이브로 눈앞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한국 문화권의 관객에게는 생소한 경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작품의 테마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뉴욕에서 공연을 봤을 때 느꼈던 감동과 충격을 고스란히 한국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시대가 흐르면서 기술과 문명이 발전하는 것처럼 관객의 수준이나 성향도 그만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객 수준에 맞는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단 것이 제작사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들여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은 작품이지만, 생소한 형식의 작품인 만큼 여러 시행착오 역시 겪는 중이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의 인파 탓에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배우에게 밀착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는 관객 매너에 대한 비판도 여럿 보이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뉴욕이나 상해보다 규모감이 크고, 최대한 쾌적하게 공연을 보실 수 있도록 수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관객분들이 이러한 장르를 처음 경험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맥베스 부부 위주의 쏠림 현상이 있어 실제 관람객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관객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 현상이 생겼다. 재관람률이 높아지면서 조연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펠릭스 바렛 역시 주연 배우 위주의 관람이 아닌 보다 다양한 방향성의 관람을 독려했다. 그는 “행운은 대담한 사람의 편에 선다는 말이 있다. 관객 여러분들이 더 많이 모험하시고 탐험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이 탐험할 수 있는 관객만이 찾아낼 수 있는 시퀀스들이 있다. 보고 있는 장면에 사람이 너무 많다면, 더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볼 수 있을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슬립노모어’는 오픈런 공연으로 진행되며, 오늘부터 본 공연을 개막한다. 관람은 19세 이상으로 제한된다.[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우빈 신민아 결혼
    김우빈 신민아 결혼
  2. 2트럼프 엡스타인 파일 논란
    트럼프 엡스타인 파일 논란
  3. 3송성문 샌디에이고 계약
    송성문 샌디에이고 계약
  4. 4손흥민 볼리비아 프리킥
    손흥민 볼리비아 프리킥
  5. 5오세훈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
    오세훈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

스포츠W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