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늙어서 헬리코박터 없애면 무슨 소용" 이랬던 노인, 치료 결과 보니

[정심교의 내몸읽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젊은층뿐만 아니라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위암 예방·사망률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은 위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지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고령층에서도 이득이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 이에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정윤숙 교수 연구팀은 2009~2011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20세 이상 성인 91만6438명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12.4년(±1.1년)이었다.

먼저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를 연령대별(20~29세, 30~39세, 40~49세, 50~59세, 60~69세, 70세 이상)로 나눠 위암에 대한 표준화 발생비(Standardized incidence ratio:SIR), 표준화 사망비(standardized mortality ratio:SMR)를 산출해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 분석했다.

그랬더니 제균 치료군의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일반 인구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의 위암 발생률은 일반 인구 대비 52% 더 낮았고,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34% 낮았다.

또 연구팀이 70대 이상 그룹을 70~74세, 75~79세, 80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비교했더니, 세 그룹 모두 제균 치료군의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정윤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70세 이상 고령층,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도 위암 예방과 생존율 향상에 도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제균 치료는 젊을 때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균 치료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저명 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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