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의 주축이었던 양의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NC에서 뛴 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컴백했다. 4+2년 총액 152억 원, 총액 기준으로는 KBO 프리에이전트(FA)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두산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양의지의 계약 기간 중 다시 정상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양의지의 시간’은, 양의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한창 때보다는 다소 떨어질 수 있어도, 양의지는 두산 복귀 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거뒀다. 2023년은 129경기에서 타율 0.305, 17홈런, 68타점을, 2024년은 119경기에서 타율 0.314,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산은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상에 가지 못했다. 이미 개인적인 성과는 다 이룬 양의지다. 팀 우승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양의지로서는 자꾸만 흘러가는 자신의 시간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최악으로 치닫았다. 양의지는 여전히 분전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끝내 이승엽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며 팀은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 들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양의지가 일어났다. 만료 시한이 다가오는 것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았다. 스스로 연장하려 노력했다. 여전히 최고 포수고, 그런 양의지의 영향력 속에 두산도 다시 일어서고 있다.
두산은 양의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후반기 대반격에 성공했다. 20일 대전 한화전까지 6연승을 내달리며 5위권과 경기차를 4경기까지 좁혔다. 물론 5위와 외나무 승부가 아니라 많은 팀을 다 제쳐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낮지만, 양의지는 "1%의 확률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원래 잘 치던 타자지만 이제는 경지에 오른 느낌을 준다. 상대 투수의 구종과 코스를 완벽히 읽어내고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낸다. 양의지라는 확실한 중심축이 있기에 두산 타선은 앞뒤로 힘을 내는 모양새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젊어진 두산 마운드가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양의지의 안정적인 리드와 거대한 영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팀의 방향성에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에서 두산이 가장 달라진 것은 아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주루다. 평생 ‘주루 툴’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양의지지만, 이런 방향성에 부합하기 위해 자신부터 적극적으로 주루를 한다. 19일처럼 아웃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반기 들어 도루도 세 차례 성공하고 적극적인 홈 대시를 하는 등 달라진 두산을 상징하고 있다.
여전히 식지 않는 기량을 과시 중인 양의지는 이제 KBO리그 역사에 남을 최고 포수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간 당대를 대표한 포수들이 있었지만 양의지의 누적 기록과 타이틀은 이제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KBO리그 통산 1944경기에 나가 타율 0.309, 281홈런, 1185타점을 기록했다. 마흔이 다가옴에도 여전히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다.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는 징조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고수’의 아우라는 더 진해졌다.
4+2년 계약서의 +2년 최대 42억 원은 선수 옵션이다. 4년 계약은 2026년에 끝나는 만큼 앞으로의 거취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모습이라면 선수 옵션을 쓰지 않고 또 한 번의 거대한 계약을 노려봐도 괜찮을 수준이다. 사실 두산도 나이 마흔까지 리그 TOP 5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는 양의지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양의지는 구단의 기대를 뛰어넘어 그 유효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리빌딩을 최대한 빨리 마치려는 두산으로서는 최고의 소식이다. 양의지의 시간에서 우승한다는 두산의 계획도 양의지의 건재 속에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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