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칭찬한 젤렌스키 정장…디자이너 밝힌 '뒤트임' 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회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껏 칭찬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장을 직접 제작한 디자이너가 뒷이야기를 밝혔다.

19일 로이터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상 제작을 담당하는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빅토르 아니시모우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아니시모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취임 전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채 지내던 둘은 아니시모우가 지난 1월 한 지인으로부터 대통령을 위해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으면서 다시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

아니시모우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은 티셔츠 차림의 군복 의상이 외교 무대에서 면박을 당한 사실을 언급하며 "복싱 경기의 잽을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옷도 아니시모우가 제작한 옷 중 하나였다. 그는 "젤렌스키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을 겨냥한 느낌"이었다며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숨 쉬고 어떻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전쟁 중인 군인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전쟁 발발 이후 공식 행사에서 전투복을 착용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검은색 재킷과 셔츠를 갖춰 입은 채 도착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에 대한 평가는 확 바뀌었다. 그는 깃이 있는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재킷을 갖춰 입었다. 아니시모우는 "민간인 복장에 가까운 느낌을 내려 재킷 아래 뒤트임을 넣었다"며 "이 미묘한 변화가 '행운의 부적'이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착용한 옷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준비된 옷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 옷은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만든 옷이었고, 검은색과 감청색 두 가지 색상으로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회담 이틀 전인 지난 16일 정장이 필요하다는 긴급 요청을 받아 급히 수선을 마치고 착용하게 됐다고 한다.

아니시모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가진 옷이 "전부 군복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번 회담에 입은 옷과 비슷한 디자인의 재킷이 다섯 벌 정도 더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유의 군복 차림으로 백악관을 찾았다가 공개적인 조롱을 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달라진 옷차림으로 등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잘 차려입었다", "마음에 든다(I love it)"고 극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옷"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방문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을 비판했던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도 이번 정장을 보고는 "멋지다"는 칭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난번에 당신을 공격한 사람"이라고 알려주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억한다"며 "당신은 그때와 같은 정장을 입었네요. 나는 바꿨지만 당신은 안 바꿨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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