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안에 위치한 전통소품 가게 비놋당에서 전통 갓을 판매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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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전통 소품 가게에 들어선 고등학생 양하늬(16)양이 진열대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고심 끝에 고른 소품은 노리개를 꾸밀 때 쓸 구슬과 보라색 꽃 장식품이었다. 노리개 꾸미기에 빠져 있다는 양양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 루미가 무대에 하고 나온 노리개를 만들어보려 소품을 사러 왔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요즘은 한국적인 게 트렌드”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에 서울 도심 전통 소품 가게 골목, 한복 대여점이 전에 없던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9일 한겨레와 만난 상인들은 갓과 갓끈, 노리개를 찾는 10~20대가 늘고, ‘저승사자’ 한복을 찾는 이들도 10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전통 장신구를 애호하는 저변이 나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넓어진 한편, 즐기는 방식도 다채로워진 셈이다. 평일인 이날도 각양각색 장신구와 한복을 구경하려 찾아 온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허리에 노리개를 착용한 모습. 넷플릭스 제공 |
광장시장에서 전통 소품 가게 ‘비놋당’을 운영하는 이재성(40)씨는 “원래 가게를 찾는 고객층이 한정됐는데 케데헌 흥행 이후로는 10대, 20대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아무래도 사자보이즈가 쓴 갓이 인기가 좋은데 작은 것은 반려견에 씌우고, 외국인 손님 선물용으로도 많이들 사간다”고 말했다. 전통소품 가게 ‘대신꽃신’ 직원 심아무개(28)씨도 “예전보다 확실히 젊은 층과 외국인 손님들이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며 “케데헌 장면을 보여주며 같은 모양의 노리개나 갓, 갓끈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는 ‘케데헌 굿즈 만들기’ 콘텐츠가 유행이다. 주인공 ‘헌트릭스’ 멤버들이 허리에 착용한 노리개, 사자보이즈 멤버 진우가 찬 팔찌, 영상 속 팬들의 응원봉까지 따라 만들어 퍼 나른다. 모두 한국의 전통 문양을 본뜬 형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케데헌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 등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복 대여가게 에서는 검은 두루마기와 갓으로 구성된 저승사자 복장이 단연 인기다.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복 대여점 ‘한복단’을 운영하는 이제근(50)씨는 “저승사자 옷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는데 케데헌 영향으로 대여량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원래 저승사자는 갓끈을 하지 않지만, 사자보이즈가 갓끈을 하고 나오니 갓끈 대여와 판매도 20배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특히 아이돌 그룹인 사자보이즈를 따라 하기 위한 “단체 대여가 많다”고 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안에 위치한 전통소품 가게 대신꽃신에서 갓끈을 판매하고 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에 나온 ‘사자보이즈’의 갓이 유행하면서 갓끈의 판매도 늘었다고 한다. 박고은 기자 |
케데헌에 등장한 식료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농심은 넷플릭스와 협업해 이달 말 국내외 포장지에 케데헌 캐릭터들을 적용한 신라면과 새우깡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헌트릭스의 루미·미라·조이가 먹은 컵라면 모양을 반영한 특별 제품도 한정 출시한다. 농심 쪽은 “소비자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에서 농심을 발견하고 공유해 준 덕분에 협업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데헌은 지난 6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각종 전통 장신구와 라면·과자·김밥 등 한국 일상이 사실적으로 녹아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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