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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화기업 '셀프 구조조정' 압박…인센티브 없어 실효성 의문

매일경제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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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석유화학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방향은 '당근'보다는 '채찍'에 무게가 실렸다. 각 사는 연말까지 정부에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석유화학업계는 국내 생산설비 중 최대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그동안 각 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버티기 전략을 펼쳐왔던 석유화학업계에 정부가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0일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결정한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방향에서는 국내 과잉 설비 감축에 방점이 찍혔다.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 재편 협약을 통해 연말까지 회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이를 통해 270만~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간 자율 협약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가 감축 목표량과 이행 계획(로드맵) 마련 시기를 특정해 제시했다.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의 대형 NCC가 주로 100만~130만t 규모인 만큼 이번 목표량은 NCC를 약 3개 줄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여수·대산·울산 등 3개 산업단지에서 대형 NCC를 1개씩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기업별·산단별 생산설비 감축 목표를 달성할 방법과 감축 이행 시기는 기업과 업계의 자율 판단에 맡겨뒀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구조조정(빅딜)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IMF 사태 때와 같이 정부가 마음대로 산업을 재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기업들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독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배진영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NCC 설비 업체들 간 구조조정을 위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기업들이 알아서 자구안을 갖고 오면 맞춤형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건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금융과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 종합 지원 대책도 연말까지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설비 합리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제기하는 애로 사항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중 후속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은 사실상 연말 이후로 밀렸다. 특히 이번에 정부는 각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에 대한 타당성과 자구 노력을 평가해 정부 지원책을 달리 적용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눈높이에 맞는 자구 노력과 사업 재편 계획을 가져온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큰 정부 지원을 제공하고,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은 배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업계가 뼈를 깎는 각오로 사업 재편에 나서준다면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며 "앞으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사업 재편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마련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석유화학업계에 경고장을 던졌다.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부 지원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에는 연말까지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얼마를 줄여야 하는지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팅 결과가 나와서 안다"며 "앞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중간 점검을 할 것이며 제대로 안 된다면 금융위원회가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서는 "유의미한 내용은 전체가 다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역별로는 여수·대산·울산이 다 함께 참여하는 데다 석유화학 기업 10개사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요구하는 지원책은 이번 방안에 담기지 않았다. 위기 산단에 대한 전기료 인하 등 보편적 지원 방안과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예외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석화산단이 밀집한 지역의 경제와 고용 충격 완화 속도도 올려가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석유화학단지가 모인 여수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1호'로 지정하며 측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부는 대산 산업단지가 있는 충남 서산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준호 기자 / 신유경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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