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민주 인턴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 안전의 책임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재해에 대해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묻는 법이다.
사망이나 중대한 부상, 직업성 질병 등으로 정의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때,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해 규울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인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인 이상, 직업성 질병자 일정 수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을 포함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교통수단 등에서 안전조치 미비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해당된다.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며, 재해 예방을 위한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법인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시작해, 지난 2024년 1월 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도 확대 적용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시행 초기부터 법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불명확한 기준과 과도한 처벌로 인해 기업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해왔다. 노동계는 법의 적용과 처벌이 여전히 미온적이라며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법정에서 무죄로 판결된 사례도 있었고, 법 적용의 불균형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24년부터 소규모 사업장으로 법 적용이 확대되면서, 산업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영자 대상 교육과 안전관리 체계 지원,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 작동 여부는 실제 사례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2022년 10월, 금속가공업체 S사에서는 60대 노동자가 압착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S사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법원은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법 시행 이후 첫 유죄 판결로 기록됐다.
지난 2023년 경남 김해에서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비상정지장치 미설치와 안전관리 인력 부족이 확인되었고, 원청과 협력업체 대표가 모두 입건됐다. 이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의 경영 책임을 확인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무죄 판결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3년 서울의 한 유통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검찰은 경영책임자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고와 경영책임자의 직접적 연관성이 불분명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적 책임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법의 적용은 사고의 성격, 경영자의 사전 조치 여부, 안전 시스템 구축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의 범위와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에 맞춰 안전보건 체계 점검과 리스크 대응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처벌 수단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경영자가 주도적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정립과 함께, 예방 중심의 문화 정착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Copyright ⓒ MHN / 엠에이치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