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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웨스팅하우스와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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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4월 29일 고리 1호기의 상업가동과 함께 우리나라는 세계 21번째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 됐다.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전수 덕에 원자력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우리가 브라운관 TV를 만들기 전인 1960년대부터 국내 대리점을 통해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팔았다. 70년대 들어선 화신전기와 손잡고 직접 냉장고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상류층에선 혼수품으로 웨스팅하우스 냉장고를 장만할 수 있느냐로 결혼 성사가 갈린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수백만 원짜리 웨스팅하우스 냉장고는 과소비 풍토를 비판하는 뉴스의 단골손님이었다. 품질은 뛰어났지만, 초고가인 데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 관리 부담이 컸고 애프터서비스마저 부족해 결국 국산 가전에 밀려났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인연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원자로 ‘APR 1400’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경쟁자로 나서면서 악연으로 변해 갔다. 원자로 핵심 원천기술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빌미로 우리가 2009년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사업(수주금 22조6000억원)에선 일감과 기술자문료 등으로 3조9000억원이나 챙겼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경쟁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에 밀리자 미국 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결국 한수원·한전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에 합의했는데, 최근에야 구체적인 타결 조건이 알려졌다. 앞으로 50년간 수출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계약을 맺고, 기술사용료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를 지급한다는 것인데, 불평등 계약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실은 어제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논란과 관련,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준수됐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산자위에선 여야 불문하고 “호구 짓” “왜 국민을 속였느냐” 등 질타가 쏟아졌다. 앞으로 진상을 규명해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겠지만, 해외 원전 추가 수주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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