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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자연인’ 1인 제작 노영석 감독“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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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자연인>을 연출한 노영석 감독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영화 을 연출한 노영석 감독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서른셋. 1000여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낮술>(2009)이 유수 영화제 30곳에 초청을 받으며 ‘독립영화계 기대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서른여덟. 2억8000만원 규모의 스릴러 영화 <조난자들>(2014)을 선보였다. 이후 “조금 더 큰 영화”를 해보고 싶어 시나리오를 썼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각본은 제작 제안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 세월이 확 간 걸 느꼈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어서 ‘생존 신고’를 해야겠구나, 지금 찍지 못하면 영화를 앞으로 만들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20일 개봉하는 노영석 감독(49)의 11년 만 신작 은 “내가 아직 여기, 영화계에 있다”는 감독의 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노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촬영, 음악, 녹음, 편집, 컴퓨터그래픽(CG)까지 ‘1인 제작’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지난 13일 만난 노 감독은 “(공백기에 준비하던) 영화가 좌절되며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허송세월한 기분도 들었다”며 “아무도 안 해본 것을 해보면 어떨까, 스태프의 역할까지 내가 다 해보자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그렇게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속 등 비일상적 공간에서 만난 ‘희한한 사람’ 때문에 자꾸만 상황이 꼬이며, 어디로 흘러갈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 노 감독이 탁월함을 보여왔던 분야다. <낮술>이 주인공이 처하는 난처한 상황이 자아내는 웃음에, <조난자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수상한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공포에 집중했다면 은 두 감정 모두를 넘나든다.


영화는 귀신을 쫓는 유튜버 ‘귀식커’ 인공(변재신)과 그의 친구 병진(정용훈)이 귀신을 본다는 자연인(신운섭)을 찾아 외딴 산골짜기로 향하며 시작된다. 이 자연인은 사람 좋아 보이다가도 묘하게 수상쩍다. 정색할 때엔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표정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코믹한 대화 사이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가늠이 되지 않는 결말로 내달린다.


노 감독은 ‘자연인’이라는 말을 대명사로 만든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던 중 ‘고립된 산속에서 자연인이 정색하면 꽤 무섭지 않을까’ ‘자연인이 사실 자기 정체를 조작한 것이라면?’ 하는 상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2019년 여름의 일이다.

1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하긴 했지만, 제작사들에 시나리오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혹평이 돌아왔다. 노 감독은 “시나리오에 ‘이게 말이 되냐’며 ‘10점 만점에 2점’이라고 평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 은 이상한 코미디물이 맞다. 지저분한 유머와 ‘저게 말이 돼?’ 싶은 상황이 난무한다. 감독의 취향을 날것으로 밀어붙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2020년 가을에 22일간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1년을 썼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냉면 가게에서 육수를 담당하는 ‘생활인’ 노영석이 모아둔 돈 2500여만원을 들였다. 그리고 2023년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뜻밖의 큰 상에 그는 눈물이 났다고 한다. 노 감독은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는 기분이더라”며 그때의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2009년 ‘낮술’로 화려한 신고식
독립영화계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준비했던 작품 좌절되며 침체기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받고 울컥
수상 이후 2년 만의 개봉 설레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던 <THE 자연인>의 크레디트 설명.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던 의 크레디트 설명.


대상 수상 이후 2년 만의 개봉에 노 감독은 “사람들이 많이 보든 안 보든,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것”에 설렌다고 했다. 충무로의 신예로 주목받던 감독이 1인 제작에 도전하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후퇴’라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은 이 도전이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누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잘됐던 것만 생각하고 살아가면 삶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영화를 준비하며 다른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더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명확하다. 1986년 초등학교 아이들이 외할머니 댁으로 여행을 가며 벌어지는 일에 관한 내용이다.


노 감독은 “제가 어릴 때 못 놀아본 걸 놀아보고 싶어서 써두고, 더 잘된 다음에 찍어야겠다는 마음에 놔둔 시나리오”라며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니 어떻게든 그 이야기를 찍고 싶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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