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없었다”.
박찬욱 감독이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소설 원작을 처음 읽고, 영화로 옮기고자 생각한 지가 20년이 다 돼간다”면서 “이런 날이 온다. 빨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를 뼈대로 했다. 영화는 ‘다 이루었다’고 생각될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해고된 후 아내 미리와 두 아이, 그리고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CJ ENM 제공] |
박 감독은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개 미스터리 장르는 ‘누가 범인이냐’에 집중되는데, 원작은 수수께끼가 없고 멀쩡한 보통 사람이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내몰리는 과정이 나와 몇 번 곱씹어봐도 재미있었다”면서 “씁쓸한 비극인데, 거기에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 가능성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박 감독은 “책의 추천사를 쓸 때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을 ‘모가지’로 바꾸겠다고 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도끼’, ‘모가지’란 제목은 폭력 등을 연상시켜서 쓸 수 없었다”고 했다.
대신 ‘어쩔수가없다’는 한마디 말이 제목이 됐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조금은 ‘비겁한 정서’가 담긴 제목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한 번씩은 읊조리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어쩔수가 없는’ 각각의 사정과 이유로 캐릭터들이 충돌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비극이 큰 줄기를 이룬다.
박찬욱 감독이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박 감독은 “나쁘게 보면 ‘어쩔수가없다’란 말이 비겁해 보이지만, 영화 속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그래,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면서 “‘어쩔수가없다’는 만수를 해고하는 기업의 중역 입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이 대사는 비단 만수의 마음만을 표현한 제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에서 배우 이병헌이 만수 역을, 손예진이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함께 출연했다. 이병헌과 차승원을 제외하면 모두가 박 감독과의 첫 호흡이다.
박 감독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눈에 띄는 배우들이 있고, 저 사람들 참 훌륭하구나, 나도 언젠가 함께 일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배우들이 있다”면서 “나처럼 쓰고 연출하는 사람들은 몇 년에 한 편 만드니 그들을 다 만나기 어려운데, (캐스팅 배우들 모두) 기회를 기다려 온 배우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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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고(故) 김기덕 감독의 2012년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그에 앞서 박 감독은 지난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로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기도 했다.
여기에 ‘어쩔수가없다’는 내달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다. 여러모로 개봉 전부터 들리는 낭보들에 박 감독은 “의미 있고 영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베네치아에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가고, 그것도 경쟁 부문이라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대받은 것은 특히 영광스럽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함께한 역사라서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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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이를 타개할 박찬욱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린 영화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그가 신작을 공개할 플랫폼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닌 영화관을 택한 것은 “보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박 감독은 “늘 천만 관객을 목표로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웃는다.
박 감독은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기준은 영화관이었다”면서 “큰 스크린과 좋은 스피커, 깜깜하고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내가 선사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관객들에게) 다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극장이 기본적으로 우선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