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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안전장치 제거, 발주청은 엉터리 계획 승인... 교량 붕괴 사고는 인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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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붕괴 조사결과
전도방지장치 안정화 않고 임의 제거
안전인증 기준 위반해 런처 후방 이동
현대엔지니어링·도공은 안전계획 승인


2월 25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2월 25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는 전도방지시설(스크루잭)을 임의로 제거하고 대형 장비를 인증되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등 잘못된 안전장치 및 기기 사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는 안전기준에 어긋난 장비 사용 계획을 적절한 검토 없이 수립·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용천교 붕괴 사고 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을 19일 공개했다. 올해 2월 25일 오전 9시 50분쯤 발생한 해당 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민간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현장조사, 관계자 청문, 품질시험 등을 거쳐 사고 원인을 규명했다.

스크루잭 제거, 런처 후방이동 등 기준 밖 작업


사조위는 공정상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①구조물 전도를 방지하려고 설치해 둔 스크루잭을 임의제거한 채 ②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기준을 위반해 런처(거더로 불리는 교량 상판을 인양·설치하는 대형 특수 장비)를 후방으로 이동해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크루잭은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의 안정화 작업(가로보 타설·양생) 후 제거해야 하지만, 편의를 위해 안정화 작업을 하기 전에 120개 중 72개를 제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방이동만 가능한 런처를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한쪽 지지대와 거더 간 최대 15cm가량의 들뜸이 발생했고, 이후 거더에 비틀림이 발생하며 전도·붕괴됐다는 게 사조위 결론이다. 사조위는 "붕괴 시나리오별로 구조해석을 해 본 결과 런처 후방이동 등 동일 조건에서도 스크루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더가 무너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당시 모습. 연합뉴스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당시 모습. 연합뉴스


발주청과 시공사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도 컸다. 우선 ③현행법상 후방 이동이 불가능한 런처를 선정하고, 실제 이 런처를 뒤로 움직이는 작업 계획이 담긴 안전관리계획서를 발주청인 도로공사가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④가설구조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에 소속되지 않은 기술사의 검토를 받아야 하지만, 하도급사 소속 기술사가 자체 확인 후 계획서를 제출한 점도 포착됐다. 이 밖에도 ⑤당초 계획과 달리 전도방지 받침목·목재쐐기를 스크루잭으로 대체한 점 ⑥시공계획에 제시한 런처 운전자와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상이한 점 등도 사고 요인으로 꼽혔다.

사고 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주관으로 실시한 해당 건설현장의 특별점검에서도 위법사항 등이 적발됐다. △건설업 무등록자에게 하도급 및 시공참여를 맡기는 등 불법 하도급 행위 △굳은 콘크리트 압축강도 품질검사 미흡 △발주청이 승인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결과의 기한 내 미제출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조위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각 행정청은 발주청과 시공사, 하도급사 등의 법령 위반사항을 조사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전도방지시설 해체 기준 등 정비



국토부는 유사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을 정비하고, 런처 등 장비 선정이 적정했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도록 발주청 기술자문(심의) 시 건설장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발주청의 관리감독의무를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인력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초 2026년 말 개통 예정이던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추가 정밀조사를 거쳐 공사 재개 시점이 결정될 예정이다. 우선 사조위가 사고 현장에 설치된 시설물 손상을 검토한 결과 교대의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시방서(공사에서 일정한 순서를 적은 문서) 기준에 비교해 다소 부족하고 교각 휘어짐이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오홍섭 사조위원장(경상국립대 교수)은 "추후 발주청 정밀조사를 통해 보수·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조위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은 입장문을 내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조사위의 권고 사항을 상세히 분석해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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