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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 행간에 깃든 60년 시인의 여정…천양희 시선집 '너에게 쓴다'

뉴시스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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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시의 거목' 천양희(83) 시인이 등단 60년을 맞아 시선집(詩選集) '너에게 쓴다'를 출간했다.

시인은 공초문학상 수상작 '너무 많은 입'(2005)과 만해문학상 수상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2011), 청마문학상 수상작 '새벽에 생각하다'(2017) 등 여덟 권의 시집 안에서 짧은 시로만 61편을 뽑아 시선집으로 엮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편들의 행간과 여백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삶이 시가 되는 고단한 길을 걸어온 시인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26쪽, '너에게 쓴다')

"벌새는 일초에 아흔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칠십만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12쪽, '벌새가 사는 법')

시인이 어둠의 밑바닥에서도 시의 길을 잃지 않고 몇 번이고 바로 설 수 있었던 것은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때문이다. 시인의 눈길은 늘 '뒤편'을 향한다. 겉모습 너머를 응시하며 존재의 내력을 살피고 삶의 진실을 찾는다.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11쪽, '뒤편' )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실체를 감각하기 위해 오히려 눈을 감고 본질을 탐구한다.

"너와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세상에 너와 같은 것은 없다/ 너 같은 것은 없다 다른 것이 있을 뿐// 나와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세상에 나와 같은 것은 없다/ 나 같은 것은 없다 다른 것이 있을 뿐" (54쪽, '차이')


천양희 시인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등을 비롯해 산문집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등을 냈으며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만해문예대상 등을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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