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미지투데이 |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정벌에 나섰을 때 고르디움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거기엔 복잡한 매듭이 묶여 있었고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신탁이 있었다. 매듭을 한땀한땀 풀려던 알렉산더 대왕은 나중에 칼로 매듭을 잘라버린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화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더라도 복잡한 현실적 이유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또 생기고 그러다 막상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주저앉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아예 새로운 방식의 과감한 접근을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AI(인공지능)로 국가 전반의 대전환을 도모한다는 정부의 노력도 그렇게 보인다. 최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주재로 열린 공공분야 AX(AI 전환) 추진전략 논의 간담회에 참여한 더존비즈온, 딥노이드, 한컴스페이스, 심플랫폼 등 민간기업의 대표들은 다수의 AI·디지털 전환 정부·공공사업 진행과정에서 어떤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었는지 토로했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정부·공공, 산업, 지역 전반에 걸친 국가 AI 대전환을 외치더라도 지금의 틀로는 이 같은 목표달성이 요원하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정부부처별로 정보시스템이 제각각 구축·운용된 탓에 아키텍처(시스템 구조)는 물론이고 인증방식도 일치하지 않아 API(소프트웨어간 데이터 송수신 방식) 연계가 어려운 구조로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내부망·외부망으로 구분된 망분리 보안체계는 데이터 활용성을 제한하는 환경을 낳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여전히 시스템 개편을 위한 사업발주는 정보화 전략 계획(ISP)이라는 추상적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로만 사업자를 선정할 뿐 추후 기술검증 등을 위한 절차는 없다. 수개월마다 AI 모델에 혁신이 일어나는 등 기술환경의 변화가 가파른데도 국내 규제는 여전히 허용되는 것만 명시하는 '포지티브 규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련 예산이 해마다 변경되다 보니 사업의 연속성은 물론이고 기업 입장에선 매출 안정성도 위협받는다. 부처간 API와 데이터를 연계하거나 정부시스템을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정부·공공분야 실무자들의 AI 이해도를 높이는 등 리터러시(문해력) 제고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제도 한두 개를 없애거나 정부조달 방식을 일부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공공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큰 폭의 변화가 없이는 AI 등 새로운 기술을 공공분야에 이식하는 게 쉽지 않다. AI 후발주자인 한국이 복잡한 매듭에 얽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인 것이다.
권한이 대폭 확대돼 출범할 국가AI전략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끊어낸 알렉산더 대왕처럼 공공 AI·데이터 활용의 발목을 잡았던 불합리한 규제들을 과감히 개선해 국민이 체감하는 AI 기반 공공서비스의 혁신을 가능케 하기를 기원한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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