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지역의 해양로 선점과 광물 개발 경쟁 등으로 북극발 지정학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은 북극 안보를 위해 알래스카의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알래스카 주둔 제11공수사단(11th Airborne Division)의 훈련 모습. 제11공수사단 페이스북 캡처 |
지난 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의 초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여부였다. 하지만 중대한 진전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정상 공동 발표에서 미국에 다각적 협력을 제안했다. 특히 "북극 협력이 아주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극 개발 의욕에 푸틴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지역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린란드 매입 시도와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북극 권역의 거의 절반은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57척의 쇄빙선과 쇄빙순찰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쇄빙선은 단 3척뿐이다.
북극권 개발에 러시아보다 뒤처진 미국에 그나마 알래스카가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렸던 알래스카의 엘멘도프-리차드슨 미군 기지도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사령부, 제11공군, 제11공수사단 등이 주둔하고 있는 알래스카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Joint Base Elmendorf-Richardson; JBER). 지난달 7월 29일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10개 외국 언론사 기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취재했다. 독일(ZDF), 네덜란드(NOS), 벨기에(vrt)의 공영 방송과 대만 중앙통신(CNA) 등이 참가했다. 미국 제 11공수사단 페이스북 캡처 |
마침 최근 미국 국무부가 10개 외국 언론사를 엘멘도프-리처드슨 미군 기지로 초청했다. 미러 정상회담 17일 전인 지난달 29일이다.
서울 면적의 약 40%나 되는 이 기지에는 알래스카사령부와 제11공군, 제11공수사단, 알래스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등이 주둔하고 있다.
외국 기자들은 북극지역 주력 육군인 제 11공수사단 본부를 방문했다. 사단장 조셉 힐버트 육군 소장은 북극지역 방어에 대한 결의와 능력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제11공수사단이 중국이나 북한에서의 작전에도 대비하는 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힐버트 사령관은 "우리는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싸울 준비를 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북극권으로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은 물론, 핵무기를 개발해 한국과 미국에 각을 세우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도 된다.
사실 낙하산 부대 위주의 제11공수사단은 과거 한반도의 전장에 투입된 적이 있다.
제11공수사단장 조셉 힐버트 (Joseph E. Hilbert) 육군 소장은 중국과 북한에서의 작전에도 대비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싸울 준비를 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참고로, 제11공수사단 사단장은 지난 8월 7일 힐버트 소장에서 존 코그빌 (John P. Cogbill) 준장으로 교체됐다. 사진은 지난 8월 3일 부대 포상행사에서 연설하는 힐버트 당시 사단장. 미국 제 11공수사단 페이스북 캡처 |
알래스카의 제11공수사단은 2차 대전 시기인 1942년에 창설돼 필리핀, 오키나와 등지에서 일본군과 싸웠다.
1950년 9월 한국전쟁에도 투입돼 중공군을 격퇴하는 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미군의 공중 강습 전술이 변화하면서 1965년 해체됐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6월 제11공수사단을 알래스카에서 재창설했다. 해체된 지 57년 만이다.
무엇보다 북극지역 군사력 강화를 위해서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북극권 국가가 아닌데도 러시아와 손을 잡고 북극지역의 해상로와 광물 확보 경쟁에 적극적이다.
지난 5월 27~28일 존 대니얼 케인(John Daniel Caine) 미국 합참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알래스카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방문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알래스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11공수사단 등 기지에 주둔 중인 부대의 지휘관들과 만났다. 사진은 케인 합참의장(가운데 팔짱을 낀 4성 장군)이 제 11공수사단 지휘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미국 합동참모본부 인스타그램 캡처 |
외신 기자들의 알래스카 취재에 참여한 대만 중앙통신은 "알래스카의 제11공수사단이 지구 북반구의 어디든 8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11공수사단의 작전 범위는 북극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래스카를 출발지로 해서 전세계의 군사 작전에 공수부대를 급파한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이 부대는 노르웨이, 일본 등 북반구는 물론이고, 남반구의 인도네시아, 호주까지 날아가 합동 훈련을 실시한다.
중국과 북한은 당연히 작전 대상지역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알래스카 부근에 접근하는 중국 구축함과 폭격기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 알래스카 부근 미국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온 중국의 H-6K 폭격기(사진 위쪽)를 미군 전투기가 발진해 대응하는 모습.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폭격기 2대씩을 동원해 알래스카 부근에서는 최초로 합동 순찰을 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제공 |
지난 2024년 7월 6일, 구축함과 순양함 등 중국 군함 4척이 알래스카에서 이어진 알류산열도 부근의 미국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 나타났다.
같은 해 7월 24일에는 중국의 H6-K 폭격기 2대가 러시아의 Tu-95MS 폭격기 2대와 합동으로 알래스카 지역 미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최초의 사례다.
양국 폭격기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전투기들이 발진해 대응한 뒤에나 물러났다. H6-K와 Tu-95MS는 모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들이다.
두 달여 뒤인 2024년 9월 27일, 이번에는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 2척이 러시아 해안경비대 함정 2척과 함께 알래스카 앞바다인 베링해 근처까지 올라왔다.
중국의 잇단 무력 시위와 공세적 북극 진출 시도에 미국은 경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케인(John Daniel Caine) 미국 합참의장이 알래스카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를 방문했다. 취임한 지 46일 만이다.
케인 합참의장은 제11공수사단을 비롯한 기지내 부대 지휘관들을 만나 북극지역에 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직접 점검했다.
지난 7월 29일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알래스카 주지사가 알래스카를 방문한 10개 외국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알래스카 주정부 홈페이지 캡처 |
지난 달 미국 국무부가 주관한 외신 기자들의 알래스카 취재 행사 명칭은 '북극 안보와 광물'이다.
북극지역에서의 확고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보여주면서,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도 홍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알래스카 주지사는 외신 기자들과 만나 "대만과 600만 톤 규모의 천연가스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의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앞서 알래스카주 설리번(Daniel Sullivan)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2월 "일본, 한국, 대만이 알래스카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한다면 미 해군 함정이 호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확신하지 못해 대규모의 투자나 구매 계약을 주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의 향배뿐 아니라, 북극이 지정학적 요충지가 되면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북극지역에 진입한 선박 수는 37% 늘었다. 항해 거리는 108%나 급증했다. (북극이사회, 2025년 1월 북극해운현황보고서)
일본은 그린란드에 새로 건조한 쇄빙 연구선 파견을 추진 중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해소식 149호)
우리에게 북극발 지정학 변화의 충격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보다 클 수도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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