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 3.9 °
전자신문 언론사 이미지

[ET시론] 글로벌 기술 패권 속 K자율주행 진출, 우려보다 기대가 필요한 때

전자신문
원문보기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이사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이사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인구감소·지역 격차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 해법으로도 주목받으며, 기술적 성숙도와 상용화를 위한 각국의 정책 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136년 역사의 일본 종합상사 가네마쯔간 자율주행 사업화 협약 체결도 이러한 흐름에서 이뤄졌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과 손잡고 진출 기반을 확대해 가는 모습은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실증을 넘어 시장 중심의 전략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특히 협약은 기술 수출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일본은 독일에 이어 레벨4 자율주행 법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입한 국가이며, 다수의 자국 자동차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과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시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간 협업이 아니라 한국이 축적해온 자율주행 기술력의 성숙도와 실증 경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형성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올해 3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한국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이름을 올렸지만, 앞선 정책 선도국인 독일·일본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별 분류.〈자료:미국자동차공학회〉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별 분류.〈자료:미국자동차공학회〉


한국 정부는 그간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등의 규제 개선과 실증 인프라 구축,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사업과 같은 전략적 노력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 자율주행 실험도시(K-City) 무상 개방을 비롯해 전국 실증지구 운영, 다양한 지자체와 협력 프로젝트, 기술 기준·인증 체계 마련 등은 세계 수준의 정책적 인프라로 손꼽힌다. 특히 3월 자율주행 레벨4 성능인증 제도를 세계 세 번째로 법제화하며 기술과 제도를 연결한 점은 거대 자본이 활약하고 있는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K자율주행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제도적 기반 위에서 민간 기술 기업은 다양한 환경 속 실증 경험을 축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기술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정부의 무상 인프라를 활용해 좌핸들 국가는 물론 우핸들 국가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했다. 또 55대 자율주행차, 누적 69만㎞, 245억 국가R&D사업 수주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증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기술 검증과 사업성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전략적 지역이다. 우핸들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력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던 점이 주효했고, 고령화와 운전 인력 부족, 지역간 교통 불균형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접근 방식은 한국 사정과도 유사하다. 특히 인구 고령화율이 세계 1위인 일본은 자율주행 수요가 그 어느 국가보다 높은 데 고령화 지표 중 하나인 중위연령이 48.4세인 일본과 44.6세인 한국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이에 따른 사회 변화 양상이 매우 닮았다.

우리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택시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 지방 중소도시의 교통 공백 문제 등은 자율주행 기술이 해결해야할 현실 과제이기도 하다. 여러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민간 기술 개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책적 수요 발굴과 공공의 역할 설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민·관 협력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일반 자동차와 레벨4 자율주행차 인증 절차 비교.〈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일반 자동차와 레벨4 자율주행차 인증 절차 비교.〈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물론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과 제도는 앞서 있으나, 시장에서 상용화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대부분 실증 서비스는 무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요 창출 측면에서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연계가 마련돼야 한다.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 공공 중심의 의무구매제도와 보조금 정책이 높은 수요를 구축했듯이 자율주행 시장도 실증 이후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적극적 장치가 필요하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싱가포르 최초 공공도로 자율주행 면허 취득, 일본 최초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추진 등의 성과를 내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K자율주행의 기술력은 충분히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기에, 이런 가속화 정책만 더해지면 단순히 길을 여는 것을 넘어, 수출활로까지 창창하게 열릴 잠재력이 있다.

자율주행 산업은 단일 기술이나 특정 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복합적 구조를 가졌다. 기술·제도·사회적 수요가 맞물려야 하는 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한국은 빠르게 기술을 내재화하고 현실 문제 해결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민관이 함께 노력해온 결과, 한국 자율주행 기술은 이제 글로벌 파트너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K자율주행이 세계 자율주행 시장의 중요한 퍼즐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 그 어떤 질책과 우려보다 이 가능성을 현실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지원과 기대가 우선돼야 할 때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hjh@autoa2z.co.kr


〈필자〉한양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입사했다. 현대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초 주·야간 자율주행, 서울·평창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창업해 5년 만에 국내 1위, 세계 11위 성과를 창출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도 모빌리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변요한 티파니 결혼
    변요한 티파니 결혼
  2. 2폰세 토론토 9승
    폰세 토론토 9승
  3. 3정우영 시즌 첫 도움
    정우영 시즌 첫 도움
  4. 4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
    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
  5. 5김민선 월드컵 500m 6위
    김민선 월드컵 500m 6위

전자신문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