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천포럼' 250명 집결…AI·지정학 리스크 집중 논의
곽노정 SK하닉 사장 "위기 넘어선 경험, AI 시대 해법"
트럼프 2기 불확실성…전문가 "韓기업에 위기이자 기회"
SK그룹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을 앞세운 대전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이천포럼 2025'에는 그룹 경영진과 학계·산업계 전문가 250여명이 모여 AI 생태계 확산과 글로벌 질서 재편 속 기업의 해법을 논의했다.
지난해가 방향성을 모색한 자리였다면, 올해는 실행력을 점검하고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구체화하는 성격이 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버린 AI는 미래 안보이자 글로벌 경쟁의 장"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통할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변화추진 플랫폼으로 제안한 이천포럼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그룹의 3대 연례 회의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각 사가 전략을 모색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지식경영 무대로 발전했다.
곽노정 SK하닉 사장 "위기 넘어선 경험, AI 시대 해법"
트럼프 2기 불확실성…전문가 "韓기업에 위기이자 기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김선희 SK㈜ 이사회 의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사진=SK |
SK그룹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T)을 앞세운 대전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이천포럼 2025'에는 그룹 경영진과 학계·산업계 전문가 250여명이 모여 AI 생태계 확산과 글로벌 질서 재편 속 기업의 해법을 논의했다.
지난해가 방향성을 모색한 자리였다면, 올해는 실행력을 점검하고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구체화하는 성격이 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버린 AI는 미래 안보이자 글로벌 경쟁의 장"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통할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변화추진 플랫폼으로 제안한 이천포럼은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그룹의 3대 연례 회의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각 사가 전략을 모색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지식경영 무대로 발전했다.
곽노정 "HBM 신화 넘어 'AI 혁신'으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개막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 |
개회사를 맡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존폐 위기에서 글로벌 메모리 강자로 거듭난 회사의 역사를 되짚으며 AI·반도체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글로벌 D램 시장 1위·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는 SK의 과감한 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과거 하이닉스가 형광등을 빼며 전기료를 아끼고, 직원들이 무급휴가와 급여 반납으로 버텨야 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6년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 변화 없이는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지난 몇 년은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AI가 불러온 변화는 점진적 혁신을 넘어 산업의 틀 자체를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며 "AI 시대의 파고 앞에서 다시 한 번 근본적 변화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SK 특유의 수펙스(SUPEX·Super Excellent Level) 정신은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동시에 멈추지 않고 혁신과 개선을 추구하자는 의미"라며 "이 정신이 위기의 하이닉스를 살렸고 앞으로의 SK하이닉스를 이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끝으로 사자성어 '지불시도(智不是道)'를 언급하며 "아는 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을 깊이 몸속에 받아들이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와 노력이 결국 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두려움도 크지만 위기를 딛고 HBM을 만들어낸 경험처럼 결국 문제를 헤쳐나가고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개회사를 마무리했다.
'소버린 AI' 한국의 디지털 주권 전략
올해 포럼의 핵심 의제는 단연 AI와 DT다. 개막일 두 번째 세션 '한국 AI 산업 생태계 구축과 SK의 전략적 역할'에서는 '소버린 AI(Sovereign AI)'가 집중 논의됐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외국 기술과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데이터·연산 인프라·AI 모델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체계다. 다시 말해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날 세션에서는 한국이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형 AI 모델(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차세대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라는 세 가지 축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권적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되 한국만의 강점을 살리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퐁 딕비(DigBI) 컨설팅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의 '풀스택(기초부터 응용까지 전 과정) 통제', 중국의 자립 전략, 프랑스의 오픈소스 활용, UAE의 자본 중심 투자, 일본의 산업 현장 집중 전략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각국의 접근법을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정면승부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 기반 협업툴 스타트업 스윗(Swit)의 이주환 대표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AI 에이전트'를 언급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대형언어모델(LLM)을 넘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조율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전트 인터넷'은 한국이 세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유경상 SK텔레콤 전사전략센터장과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등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한국이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필요하지만 글로벌 초대형 모델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메모리·제조·통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산업 맞춤형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 생태계 확산을 위해선 기업 간 컨소시엄을 통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정부의 수요 창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AI 기술 전반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수 있으며 독자적 해법을 찾는 국가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중 격돌 속 한국 기업 생존 해법은?
/그래픽=비즈워치 |
AI 논의와 더불어 국제 질서 재편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본격화한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성을 전략으로 내세운 미국과 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중국의 대응이 한국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징 첸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역설적으로 예측 불가능성 그 자체"라며 "최종 목표는 언제나 '내가 이기고 있다'는 승리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보조금 확대·산업정책 중앙집중화·자체 기술 개발로 미국의 초크포인트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며 "SK는 원칙에 입각한 중립을 지키면서도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구조적 변화로 규정하며 "관세 25%든 50%든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관세 부담을 감당할지 아니면 미국 내 생산기지 이전으로 대응할지 결단해야 한다"며 "트럼프의 재산업화 전략은 노동력 부족과 이민정책 제약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소 3~4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단기 변수가 아니라 장기전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션을 마친 뒤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책은 전략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지만 전술적으로는 매우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또 다른 키워드는 소버린 AI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소버린 AI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글로벌 경쟁의 장"이라며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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