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0.7 °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복구가 먼저”…경남 지자체, 수해 여파에 축제 줄취소

매일경제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원문보기
합천 주민서비스 박람회 취소, 의령 큰줄땡기기 1년 연기
산청 한방약초축제도 전면 취소…자원봉사 크게 줄며 복구 지연
거제여름해양축제 축소 개최…“일상 회복이 최우선”


경남 산청 지역 최대 축제인 ‘산청한방약초축제’ 모습. 올해는 수해 복구로 인해 전면 취소됐다./산청군/

경남 산청 지역 최대 축제인 ‘산청한방약초축제’ 모습. 올해는 수해 복구로 인해 전면 취소됐다./산청군/


지난달 중순 극한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지역 지자체들이 예정됐던 대규모 가을축제와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복구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청군은 대표 축제를 취소하는 동시에 자원봉사자 발길마저 줄어 복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합천, 주민서비스 박람회 취소…“복구 집중”
합천군은 9월 19일 열릴 예정이던 ‘2025 합천군 주민서비스 박람회’를 전격 취소했다. 이 행사는 매년 다양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해 복지 서비스와 각종 생활 정보를 군민들에게 알리는 참여형 행사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합천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긴급회의를 열고 “현재는 축제가 아니라 피해 주민의 일상 회복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합천군은 이번 폭우로만 주택 침수, 농경지 유실, 도로와 교량 등 기반 시설 파손 피해가 1800억 원대에 달한다. 이와 함께 합천군은 같은 시기에 열릴 예정이던 체육대회 등 2개 행사도 규모를 줄여 열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서비스 박람회가 복지 증진이라는 본래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군민들이 바라는 것은 신속한 복구와 생활 안정”이라며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의령, 3년마다 열리는 큰줄땡기기 1년 연기
이번에 큰 침수피해를 입은 의령군도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표 민속놀이 ‘의령큰줄땡기기’를 2027년으로 1년 연기했다. 큰줄땡기기는 1975년 의병제전 부대행사로 시작해 3년마다 열려온 의령 대표 전통 행사다. 농촌 공동체의 단합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는 행사이기도 하다.


군은 “큰줄 제작에는 가을부터 볏짚을 모으고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자원과 행정력을 수해 복구에 쏟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의령군은 이번 폭우로 도로와 농경지 피해가 컸고, 마을 주민들의 생활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큰줄땡기기보존회와 논의 끝에 개최를 1년 미루기로 했다”며 “2027년 행사를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산청, 대표 관광축제도 취소…“행정력 전부 복구에 투입”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청군은 대표 축제인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산청한방약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될 만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행사다. 지난해에는 개막 사흘 만에 12만 명이 찾으며 성황을 이뤘다. 올해 축제는 10월 2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군은 피해 복구에 전 행정력을 투입하기 위해 취소를 결정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군민의 조속한 일상 회복이 급선무다. 화려한 축제보다는 주민들이 생활 터전을 되찾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산청군은 이번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도내 최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 또 산사태와 주택 붕괴, 농경지 유실 피해가 광범위해 군 전체가 사실상 재난 상황에 놓였다.


집중호우에 반파된 산청읍 자신마을 주택./연합뉴스/

집중호우에 반파된 산청읍 자신마을 주택./연합뉴스/


자원봉사 줄며 복구 장기화 우려
문제는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폭우 직후 하루 1000명 가까이 몰리던 자원봉사자 수가 이달 들어 급격히 줄었다. 산청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2~29일 7251명이 복구 현장을 찾았으나, 이달 7~14일에는 1706명에 그쳤다. 군 인력 지원도 이달 초를 끝으로 중단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로와 농지가 흙과 돌로 덮인 채 방치돼 있고, 무너진 주택은 잔해만 남아 있다. 산청읍 내수마을에 사는 정정숙(79)씨는 “마을 절반은 아직 손도 못 댔다”며 “농기계가 들어갈 길조차 막혀 있어 농사도 못 짓는다”고 토로했다. 부리마을에서 집과 축사를 잃은 조찬석(80)씨 역시 “하루 종일 흙을 퍼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봉사자들이 줄어 이제는 늙은이들만 남아 손으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폭염까지 겹치며 복구 작업은 더뎌지고 있다. 산청군은 지난달 21일부터 11일간 폭염특보가 이어졌고, 최고기온은 34℃에 달했다. 대부분이 고령층인 주민들에게는 복구 노동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제도 여름축제 취소·축소
직접적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도 수해 여파로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앞서 거제시는 지난달 26일 열릴 예정이던 ‘거제여름해양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일부 프로그램만 진행했다. 시 관계자는 “인근 지자체와 전국적으로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임종훈 신유빈 우승
    임종훈 신유빈 우승
  2. 2변요한 티파니 결혼
    변요한 티파니 결혼
  3. 3중러 폭격기 도쿄 비행
    중러 폭격기 도쿄 비행
  4. 4정준하 거만 논란
    정준하 거만 논란
  5. 5정준하 바가지 논란
    정준하 바가지 논란

매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