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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집회, K리그 응원곡에 ‘노골적 혐오’ 개사…축구팬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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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관광객 향해 무차별적 욕설하기도

‘윤 어게인’ 시위 참가자들이 2025년 8월5일 밤 서울 중구 명동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윤 어게인’ 시위 참가자들이 2025년 8월5일 밤 서울 중구 명동 인근을 행진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짱×, 북괴, 짱×, 북괴, 짱×/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 윤석열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 등이 2025년 8월5일 저녁 연 ‘부정선거 대통령 선거 무효 및 윤 어게인 촉구’ 집회에 참여한 500여 명이 북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는 중국인 등에 대한 모욕으로 점철됐지만, 곡조는 케이(K)리그2(2부 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서포터즈의 응원곡과 꼭 같았다. 이날 일부 집회 참여자는 가사만 바꾼 응원곡을 부르며 명동 거리를 찾은 아시아계 관광객을 향해 무차별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프로축구 응원곡들이 ‘자유 우파 행진가’로 불리며, 외국인 혐오 등을 동반한 윤석열 지지 집회에 쓰이고 있다. 원래 응원곡에 가사만 바꿔 부르는 식이다. 곡 상당수가 작곡가를 특정하기 어렵다 보니 저작권 침해조차 주장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축구 팬들은 혐오 집회에 응원곡이 동원되는 상황에 갑갑함을 토로하며, 경고 성명을 내는 등 대응 방안을 찾아 나섰다.



프로축구 팬들 설명을 2025년 8월14일 들어보면, 윤석열 복귀를 주장하며 열리는 ‘윤 어게인’ 시위에서 불리는 응원곡 중에는 수원 삼성 서포터즈 노래가 특히 많다. 프로축구 초기부터 응원 문화를 주도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원 삼성 서포터즈 대표 응원곡 ‘지지자는 승리를 원한다’는 ‘찢어 찢어’라는 제목으로 둔갑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승리/ ○○(상대 팀 이름)의 숨통을 조여라/ 조여 조여”라는 노랫말을 “우리가 원하는 건/ 자유/ 시뻘건 깃발을 찢어라/ 찢어 찢어”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이 노래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얼굴이 그려진 오성홍기를 찢는 행동과 함께 불린다. 경찰은 2025년 7월22일 주한중국대사관 주변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중국 국기를 찢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외국사절모욕죄 등)로 집회를 주최한 자유대학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



다른 팀들도 ‘응원곡 가로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5년 6월 대구에서 열린 윤석열 지지 집회에서는 “보수의 심장 티케이, 대구에프시(FC)가 자주 부르는 응원가”라며 대구에프시 응원가 ‘그 겨울’을 개사한 노래가 전해졌다. “국제선 타고서/ 하늘에 더 가까이/ 우리 꿈 싣고서”라는 노랫말은 “한남동 앞에서/ 밤을 새우며 싸운/ 소중한 사람들”로 바뀐 채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 응원곡도 “태극기 들고 외치는 나를 발견해”나 “가짜 대통령” 같은 단어가 담긴 가사로 바뀌어 불린다.



축구 팬들은 팀 이미지에 혐오와 정치적 주장이 덧칠될까 우려했다. 17년차 대구에프시 팬 김민수(25)씨는 “처음 대구FC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대구FC 전성기를 상징하는 ‘그 겨울’이 ‘윤석열 응원가’로 인식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3년차 수원 삼성 팬 강아무개(29)씨는 “팀과 선수를 지지하는 응원가를, 누군가를 비방하고 혐오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하는 건 큰 문제”라며 “원래 가사에 담은 의미가 날조·왜곡됐다”고 했다. 수원 삼성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2025년 7월20일 “정치 세력은 집회에서 수원의 응원가를 도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까지 냈다. 이들은 “(응원곡 무단 사용을) 수원 서포터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으로 간주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윤석열 지지자들의 응원곡 사용이 “사람들을 한데 묶는 축구 응원가를 활용해 혐오를 조직화하고 대중적으로 확산하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윤석준 성공회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혐오 표현을 장난처럼 확산하는 상황을 정부나 국회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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