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파키스탄 카이바르파크툰크와주의 스와트 지역에서 주민들이 진흙탕에 빠진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과 맞닿은 파키스탄 북부에서 기습 폭우가 내려 최소 340여명이 숨졌다. 피해 지역으로 가던 구호 헬기마저 추락하는 등 악천후가 이어져 피해가 더욱 불어날 수 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은 지난 15일 파키스탄 북부 카이바르파크툰크와주에 내린 기습 폭우와 홍수로 최소 344명이 사망하고 137명이 다쳤다고 16일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불어난 급류에 가옥 등이 붕괴되며 목숨을 잃었다. 카이바르파크툰크와주 정부는 피해가 몰린 부네르·바자우르·스와트 등 5개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파키스탄 기상청은 파키스탄 북서부에 호우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부네르 주민 아지줄라는 아에프페(AFP)에 “세상이 종말을 맞은 듯했다”며 “급류의 힘으로 땅이 흔들렸다. 죽음이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 폭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네르의 교사 사이풀라 칸도 “마을 전체가 깊은 트라우마에 빠졌다”며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 시신을 수습하며 자연이 아이들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되묻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구조대원 2천여명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너진 가옥 등에서 시신이 계속 수습되는데다, 악천후에 구조 작업이 더뎌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당국 예상이다. 카이바르파크툰크와 구조 당국 대변인 빌랄 아흐메드 파이지는 “폭우와 여러 산사태, 도로 유실로 중장비와 구급차 이송이 심각하게 어렵다”며 구조대원들이 오지 재난 현장까지 걸어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16일에는 피해 지역으로 구호품을 나르던 헬기가 기상 악화로 산악 지대에 추락해 조종사 2명 등 탑승자 5명이 모두 사망하기도 했다. 아에프페는 주민과 대원들이 중장비 없이 맨손과 삽으로 바위·잔해 등을 치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민 압둘 칸은 “사람들이 여전히 잔해 속에 묻혀 있다. (구조대가) 휩쓸려간 사람들을 하류에서 수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홍수는 지난 14일 파키스탄에 인접한 인도령 카슈미르 산간에서 시작된 폭우가 파키스탄으로 번지며 발생했다. 당시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비구름에 갇힌 듯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이른바 ‘구름 폭우’로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실종(15일 기준)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인도·파키스탄 등 히말라야 남쪽 사면에서는 매년 6∼9월 우기로 많은 비가 내린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더욱 강한 폭우가 내리며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6월24일∼7월23일 한달 새 파키스탄에 내린 비가 평년 같은 기간보다 10∼15% 많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에프페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올해 우기 홍수로 이날까지 최소 650명이 사망하고 905명이 다쳤다. 2022년 우기 홍수 때는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되고 170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청 관계자는 “올해 우기는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 더 늦게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2주 동안은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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