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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진출 창작 뮤지컬 금의환향…‘위대한 개츠비’ ‘마리 퀴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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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지난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주목을 받았던 한국 창작 뮤지컬 두편이 서울 무대에 금의환향했다. ‘위대한 개츠비’와 ‘마리 퀴리’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주제를 품고 있지만, 국외 무대에서 쌓아 올린 성과와 자신만의 무대 문법을 안고 돌아와 관객에게 한층 성숙한 얼굴을 내민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11월9일까지)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대중에게 익숙하다. ‘위대한 개츠비’는 본격적인 한국 창작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도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깃발을 꽂으며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쇼로 현지 관객을 사로잡았다. 400회 넘는 공연에 60만명의 관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이었다. 린다 조가 지난해 토니상에서 ‘뮤지컬 의상 디자인상’을 받는 등 한국 뮤지컬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4월엔 영국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했다. 이번에 처음 열리는 서울 무대는 일종의 역수입인 셈이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서울 공연은 신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가장 아름다운 프로덕션”이라고 밝힌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제이 개츠비 역의 맷 도일,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 닉 캐러웨이 역의 제럴드 시저 등 브로드웨이 현지 배우들이 기량을 뽐낸다. 무대 연출도 세심하게 조정했다. 브로드웨이의 대극장에서는 쇼와 드라마 사이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넓게 유지되었다면, 서울에서는 객석과 무대 간 거리가 좁아진 구조를 활용해 인물의 감정선을 더 촘촘하게 끌어올렸다. 신 대표는 “극장에 맞춰 무대, 조명, 의상에 섬세함을 더해 디자인하며 서울 프로덕션을 준비했다. 아름다움이 극한으로 구현됐다”고 밝혔다. 황금빛 파티의 환희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속에 스민 쓸쓸함과 허무가 한층 더 짙게 다가오는 이유다.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반면, 지난해 웨스트엔드 진출에 성공한 ‘마리 퀴리’는 ‘위대한 개츠비’와 전혀 다른 결의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달 25일 국내 사연째 개막한 ‘마리 퀴리’(광림아트센터·10월19일까지)는 방사능 원소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여성, 인권, 노동의 시선에서 재해석했다. 김태형 연출과 천세은 극본, 최종윤 작곡의 창작진은 과학의 성취와 그 뒤에 드리운 윤리적 책임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번 시즌에는 김소향·옥주현·박혜나·김려원(마리 역), 강혜인·이봄소리·전민지(안느 역) 등이 출연해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작품은 한국뮤지컬어워즈 5관왕, 폴란드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 그랑프리, 일본 라이선스 공연, 웨스트엔드 장기 공연 및 오피스 어워즈 노미네이트 등 국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특히 ‘노동과 인간 존엄’을 전면에 내세운 서사가 노동문제에 민감한 영국 웨스트엔드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준 것은 상징적이다. 웨스트엔드 버전에서 다듬어진 간결한 장면 전환과 상징적인 무대 미술은 서울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구현돼, 이야기의 주제 의식을 더욱 명료하게 드러낸다.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초연부터 마리 퀴리 역을 맡은 김소향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리 퀴리’가 초연될 당시만 해도, 한 여성이 자발적이고 저돌적으로, 또는 무언가에 깊이 심취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습을 무대에서 다루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이제는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여성을 매력적으로 바라봐주시는 시대가 됐다. 배우로서 감사함과 함께, 그만큼의 책임과 부담도 느낀다”고 말했다.



두 작품은 장르적 색채는 다르지만, 국외에서 검증된 완성도를 토대로 한국 관객을 위해 다시 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황홀한 무대 미학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덧없음을 드러낸다면, ‘마리 퀴리’는 빛나는 발견 뒤에 가려진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묻는다. 하나는 눈을 압도하는 쇼의 향연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붙드는 질문의 연속이지만, 모두가 지금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관객의 선택만 남았다. 황금빛 샴페인 거품 속에서 들려오는 재즈 선율을 따라갈지, 아니면 라듐의 빛과 함께 울리는 진실의 고동을 마주할지 말이다. 두 무대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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