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지난 6월26일 리마의 최고 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
페루에서 대통령들이 부패와 반란으로 탄핵과 처벌이 반복되는 상황 끝에 전직 대통령 4명이 한 교도소에 수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페루 교정청은 14일(현지시각) “피고인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을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수감했다”며 “교정청은 그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을 집행할 것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페루의 호르헤 차베스 판사는 전날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10여년 전 주지사였을 때 뇌물을 받은 혐의로 판결 선고 전 5개월간 구속을 명령했다. 검찰은 판사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구형)한 상태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8~2020년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1~2014년 모케구아 주지사 시절 건설회사로부터 공공 공사 계약을 밀어주는 대가로 230만솔(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18년 집권했으나 임기를 8개월 앞둔 지난 2020년 11월 국회에 의해 탄핵당했다. 탄핵 사유에는 모케구아 주지사 시절 받은 뇌물 의혹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스카라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이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구속 결정에 항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수감된 전직 대통령은 4명으로 늘어났다. 이 교도소엔 알레한드로 톨레도, 오얀타 우말라,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이미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톨레도 전 대통령(2001~2006년 재임)은 공공사업 계약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로부터 3500만달러(487억원)를 받은 뒤 자산 취득 과정을 거짓으로 꾸며 1심에서 징역 20년6개월을 받았다.
우말라 전 대통령(2011~2016년 재임)은 대통령 취임 전 같은 브라질 건설회사(오데브레시)에서 300만달러(42억원)를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 부인 나디네 에레디아도 같은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받았는데, 수감되기 전 자녀와 함께 브라질로 망명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2021~2022년 재임)은 반복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국회를 해산시키려다 실패해 반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붙잡혀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바르바디요 교도소에 처음 수감된 전 대통령은 일본계 페루인인 알베로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38~2024)이다. 독재자였던 그는 학살·납치 등 인권침해 혐의로 2009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가 2023년 사면된 이듬해 암으로 사망했다.
페루는 부패와 탄핵, 중도 사임 등으로 2018년 이후에만도 대통령이 6명이 교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2019년엔 페루 대통령을 두 차례 지낸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될 위기에 놓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이어 받은 부통령 출신 디나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은 20% 이하 지지율을 기록하다, 급기야 지난달엔 지지율 1.3%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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