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무도관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전몰자 추도식’이 열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나루히토 일왕(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마사코 왕비가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일본 총리가 13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추도사에서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 피해국에 대한 책임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반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15일 도쿄 지요다구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80년간 일본은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 걸어오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대다수가 됐다”며 “세월이 흘러도 비통한 전쟁의 기억과 ‘불전에 대한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초월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종전일 추도사에서 ‘반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2012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이후 처음이다. 노다 전 총리에 이어 2013년 재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이어져 오던 관행을 끊고 종전일에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같은 방침을 이어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 총리 측근은 이번 추도사에서 ‘불전에 대한 결연한 맹세’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시바 총리가 ‘불전에 대한 맹세’라는 표현을 통해 전쟁 자체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반성적 의식을 부각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이날 ‘반성’은 언급했지만 ‘침략’이나 ‘가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식민 지배를 당한 이웃 나라를 반성 대상으로 직접 지목하지도 않았다. 전쟁 발발의 배경이나 주변국에 가한 피해를 인정하는 내용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전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격)를 거친 총리 담화는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반적으로 계승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승해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본 총리들은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종전일 무렵 각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해왔다. 이시바 총리는 애초 패전 8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했으나 옛 아베파를 비롯한 집권 자민당 내 보수 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이를 보류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작년과 같이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표현으로 ‘반성’을 언급했다.
☞ 일본 이시바 ‘전후 80년’ 메시지 의욕···전쟁 책임 담아 ‘패전’ 말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141559011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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