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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례적인 ‘광복 축하연설’…러 파병군 항일투쟁 유족 예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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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광복절은 ‘조국해방 기념일’로 불린다. 올해엔 광복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면서 러시아와의 친선과 밀착을 과시한 한편, 한·미를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나 자극적인 표현도 일제히 생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조국해방(광복) 80주년을 맞아 축하방문한 뱌체슬라브 볼로진 러시아 국가회의 의장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조국해방(광복) 80주년을 맞아 축하방문한 뱌체슬라브 볼로진 러시아 국가회의 의장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인 14일 평양에서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가 진행됐다고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과 중앙기관 책임 일군(일꾼), 항일혁명 투쟁 연고자의 유자녀들, 사회주의 애국 공로자, 청년 학생, 조선인민군 장병, 혁명학원 교직원 및 학생 등이 경축대회에 참석했다.

전날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을 비롯한 러시아 국가회의대표단과 문화성 대표단 성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와 대사관 성원들도 초대됐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대회장에 도착하자 축포가 터져 오르고 풍선이 날아오르며 하늘을 장식했고, "만세!"하는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제국주의 타파를 언급하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광복절에 연설을 한 것은 처음으로 파악된다.

그는 "1945년 8월 15일은 조선 인민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자주적 존엄을 되찾은 운명 전환의 시발점이며 위대한 승리의 날"이라며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 인민의 견결한 독립 정신만은 꺾을 수 없었으며 희생을 무릅쓰고 국권을 수복하려는 애국적 반일 투쟁은 한순간도 멈춤이 없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 인민의 해방절을 두 나라의 공동의 명절로 경축하며 두터운 믿음과 우의의 마음을 함께 하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우리나라를 방문한 뱌체슬라브 월로진(바체슬라프 볼로딘) 동지를 비롯한 러시아의 귀중한 손님들, 친근한 러시아의 전우들과 형제적 인민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조국해방(광복) 80주년을 맞아 축하방문한 뱌체슬라브 볼로진 러시아 국가회의 의장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조국해방(광복) 80주년을 맞아 축하방문한 뱌체슬라브 볼로진 러시아 국가회의 의장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은 항일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북·러 동맹과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연설 중 "조국과 혁명을 위한 길에 목숨도 서슴없이 내대고(바치고) 귀한 자식들도 주저 없이 내세우며, 그 길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들, 딸들을 두었다면 그것을 슬픔이 아니라 영광으로 여기는 것이 우리 인민 특유의 강인성은 항일의 나날로부터 오늘까지 한 세기를 이어졌다"고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 항일 무장투쟁(빨치산)에 나섰던 이들을 추모하고 이들의 유가족들이 중요한 사회 구성원임을 부각함과 동시에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 희생된 이들의 '공로'를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들의 유가족들에 대해서도 항일 투쟁 후손에 버금가는 수준의 예우를 하겠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한 김 위원장의 연설은 "주권 국가들의 권리와 이익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 만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역사를 두고 낱낱이 잃어온 정치적 지배권을 재생해 보려는 야망 밑에 끊임없는 전쟁과 공갈 정책으로 유럽과 아시아, 나아가서 전 세계를 우경화, 일극화하려는 극히 횡포하고 무분별한 책동들을 분쇄하는 것이 정의에 충실한 나라와 인민의 역사적 임무" 정도로 표현됐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상당한 수위 조절을 한 느낌이고 최근 격려했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도 대조적”이라며 “적대적 국가관계, 핵무력 등 자극적 표현도 없다는 점에서 북러동맹 강화를 재확인하고, 내부 체제결속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주변국 동향 파악에 집중하면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 교수는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수위를 조절한 축하연설을 공개한 것은 낮은 수준의 선제적 화해조치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화답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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