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렌즈 제작, 눈빛까지 분장” 최유리, 러블리 좀비의 탄생
‘좀비딸’ 최유리 스틸. 사진 I NEW |
그동안 봐 온 기괴한 좀비들관 다르다. 유독 작은 그림자, 잿빛 얼굴에 서늘한 눈빛, 그러나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묘한 온기.
‘저 아이가 진짜 좀비가 맞아?’란 생각이 절로 드는. 스크린 속 이 작은 체구의 존재는 이상하지만 왠지 짠하고, 사납지만 사랑스럽다. 올여름 극장가 흥행 1위 ‘좀비딸’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정석의 딸 ‘수아’로 분한 배우 최유리 이야기다.
그녀가 연기한 ‘수아’는 베테랑 맹수 사육사 ‘정환’(조정석)의 하나뿐인 사춘기 딸이자,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다. 최유리는 그저 공포스러운 기피의 대상이 아닌 관객에게 보호 본능을 무한 자극하는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이 매력의 절반 이상은 치열한 특수분장에서 비롯됐다.
300일간 매일 2시간씩 이어진 특수분장을 소화한 배우 최유리. 사진|NEW |
하루 2시간, 300일의 변신
최유리는 수아로 완벽 변신하기 위해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종료까지 300일 동안 고난도의 특수분장을 이어갔다. 매일 2시간씩 걸린 분장 과정은 단순히 외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극의 흐름과 캐릭터 감정 변화에 따라 총 4단계로 나눠 분장을 달리했고, 피부 톤, 상처의 깊이, 핏자국의 번짐까지 미세하게 조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필감성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은 “‘좀비딸’ 현장에서 가장 어른은 최유리”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게다가 특수분장은 피부뿐 아니라 ‘눈빛’까지 완성해야 했다. 분장팀은 오직 수아를 위해 맞춤형 특수 렌즈 제작에 착수했다. 기존 좀비 분장에 쓰이는 특수 렌즈는 500원 동전 크기로, 장시간 착용 시 배우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이에 미국 업체에 의뢰해 동일한 시각 효과를 내면서도 크기를 미세하게 줄인 맞춤형 렌즈를 개발했다.
장면별로 달라지는 수아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분노형’, ‘슬픔형’, ‘무감정형’ 등 여러 콘셉트의 렌즈를 별도로 제작해 테스트했고, 각 장면에 최적화된 렌즈를 선별해 사용했다. 좀비의 눈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싱크로율 100% ‘만찢할머니’ 밤순(이정은)과 웃음버튼 ‘동토르’(윤경호). 사진|NEW |
함께 만든 ‘좀비딸’의 얼굴들
분장의 완성도는 비단 수아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
원작 싱크로율 100%로 화제를 모은 ‘밤순’(이정은)은 실제 배우 나이보다 높은 연령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좀비 못지않은 분장 과정을 거쳤다. 수많은 연령대별 분장 테스트 끝에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비주얼을 선택했고, 이정은 역시 매 촬영마다 2시간의 특수분장을 견디며 ‘만찢할머니’로 거듭났다.
또 하나의 비하인드는 ‘동배’(윤경호)의 ‘토르’ 분장이다. 코믹한 장면이지만 분장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웃음의 설득력이 사라진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가발, 메이크업, 의상까지 디테일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동토르’는 관객이 빵 터지는 포인트가 됐다.
‘좀비딸’의 특수분장은 이처럼 단순한 외형 재현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를 시각적으로 전하는 장치였다.
그 결과 최유리의 피부에 얹어진 잿빛과 렌즈 너머의 눈빛은 ‘사랑스러운 좀비’라는 역설적 캐릭터로 완성됐다. 300일, 매일 2시간씩 이어진 분장, 여기에 배우의 인내와 정성이 더해졌기에, 관객은 수아에게 공포와 애정을 동시에 느끼며 푹 빠지게 된 것.
여름 블록버스터 속 좀비는 닥치는 대로 물지만, 올해 여름의 좀비는 관객의 마음을 물었다. 잿빛 얼굴이 아닌 따뜻하고도 맑은 눈으로 드라마를 완성해낸 최유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