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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국에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생계'(양배추·무 등 주요 채소)의 산지 가격은 1kg당 1,954원으로 전년 동월(1,563원) 대비 25% 급등했다. 여름 제철과일 역시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보면 8일 기준 복숭아(10개)는 2만 2,858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폭등했고, 수박(1개)은 3만 1,555원(11%↑), 참외(10개)는 2만 2,509원(17%↑)으로 오름세다. 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가격은 7387원이다. 사진은 11일 서울의 한 마트에 채소가 진열돼 있다. 2025.08.11. |
최근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온에다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 원부자재·인건비 부담 등이 겹치며 먹거리 물가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가격도 동반 상승하자 정부와 여당이 외식업계·농축수산업계와 연쇄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육류·축산물 등 일부 품목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25.7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 이하를 유지했으나, 최근 두 달 연속 3%대 중반으로 뛰었다. 기상 악화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영향이다.
품목별로는 어류·수산물이 7.2% 올라 두 달 연속 7%대를 기록했다. 2023년 7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오징어채(42.9%), 조기(13.4%), 고등어(12.6%) 등의 오름폭이 컸다.
빵 및 곡물은 6.6% 뛰어 2023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쌀(7.6%)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 7%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라면(6.5%), 과자·빙과류·당류(5.0%), 기타 식료품(4.7%), 우유·치즈·계란(3.6%)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외식 물가도 상승세다. 지난 1월 2.9%에서 2월 3.0%로 오른 뒤 6개월째 3%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와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난 11일 주요 식품기업 16곳, 12일 외식업체 11곳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업계는 폭염·폭우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임대료·인건비·원부자재 부담에 더해 배달앱 수수료까지 겹쳐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품목별 대응책도 병행 중이다. 쌀은 유통업체와 협력해 20㎏당 30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배추는 정부 비축물량 방출 규모를 전월 대비 두 배 확대해 하루 200~300t 공급한다. 예비묘 50만주도 추가 보급한다.
축산물은 한우 출하 인센티브를 통해 8월에도 평시 대비 30% 이상 공급하고, 국내 닭고기 입식 물량을 늘렸다. 태국산 4000t을 도입했고, 브라질산도 8월 중순부터 반입한다.
수산물은 고등어·갈치·장어·전복 등 주요 어종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44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함께 진행한다. 가공식품도 라면·과자 등 수요가 많은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한다.
외식비 경감을 위해 공공배달앱 소비쿠폰 정책도 완화됐다. 기존 '2만원 이상 3회 주문 시 월 1회만 1만원 쿠폰 지급'에서 지난달 25일부터는 '2만원 이상 2회 주문 시 횟수 제한 없이 1만원 쿠폰 지급'으로 변경됐다.
다만 지난달 21일부터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미 일부 물가 자극 신호를 보이고 있다. 7월 축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으며 국산쇠고기는 4.9%, 돼지고기는 2.6% 상승했다.
정부도 쿠폰이 수요 기대심리를 키웠을 수 있다고 보고 한우 출하량을 늘렸다.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한우 등 고가 축산물 소비가 급증하며 가격이 급등했던 전례도 있어 이달부터 물가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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