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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당카, 엘리시아, 케이틀린(왼쪽부터) |
(MHN 홍동희 선임기자) 지난 13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출신 한세민 의장이 이끄는 타이탄콘텐츠의 첫 걸그룹 '앳하트(AtHeart)'가 데뷔했다. 이 그룹의 멤버 중에는 필리핀 마닐라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케이틀린'이 있다. 이는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신인 걸그룹 유니스(UNIS)는 필리핀 팬콘서트를 매진시키고, 보이그룹 아홉(AHOF)의 멤버 제이엘은 데뷔도 전에 필리핀에서 4천 명과 만났다. K팝의 성공 공식이, 이제는 서울이 아닌 마닐라에서 먼저 쓰이고 있다.
'될성부른 떡잎'은 필리핀이 먼저 알아본다
유니스의 성공은 필리핀 팬덤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SBS 서바이벌 '유니버스 티켓'을 통해 탄생한 이 그룹에는 필리핀 국적의 멤버 엘리시아와 젤리당카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방영 내내 필리핀 현지의 압도적인 투표와 지지를 바탕으로 데뷔조에 안착했다. 팬들은 단순히 완성된 아이돌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우리나라 대표'를 K팝 스타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결과, 유니스는 데뷔 직후부터 필리핀에서 '국민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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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AHOF)의 멤버 제이엘 |
더 놀라운 것은 아홉의 멤버 제이엘이다. 그는 정식 데뷔도 전인 지난 2월, 고향 필리핀에서 4,000석 규모의 단독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필리핀 팬덤이 더 이상 완성된 스타를 '소비'하는 시장이 아닌, 스타를 직접 발굴하고 키워내는 '메이커(Maker)' 시장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K팝 유니콘의 선언: "필리핀이 가장 중요한 나라"
그렇다면 왜 필리핀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유니스와 아홉을 성공시킨 F&F엔터테인먼트 최재우 대표의 코멘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최근 "필리핀은 K팝 한류의 글로벌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단언하며, "영어권인 필리핀의 인기가 결국 중미나 북미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작용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필리핀은 K팝의 서구권 진출을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다. 영어가 공용어이기에 언어 장벽이 낮고, 세계 최고 수준의 SNS 화력을 자랑하는 필리핀 팬덤은 스포티파이, 빌보드 등 글로벌 차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여론'을 형성하는 진원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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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라 박'에서 '캣츠아이'까지, 진화하는 K팝의 로드맵
이러한 '필리핀 퍼스트' 전략은 이제 K팝 산업의 표준이 되고 있다. MLD엔터테인먼트는 '전원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 '호라이즌'을 론칭했고,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 역시 최종 1위로 선발된 필리핀 멤버 '소피아'가 그룹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과거 산다라 박이 필리핀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에 진출했다면, 이제 K팝은 필리핀의 인기를 '교두보' 삼아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필리핀 인재가 이제는 미국 본토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K팝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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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 소피아 |
K팝의 세계지도, '마닐라'에서 다시 그리다
K팝의 전통적인 성공 공식이었던 '한국 → 일본/중국 → 아시아 → 서구'의 순서가 이제 깨지고 있다. 유니스와 아홉의 성공, 그리고 최재우 대표의 발언은, 이제 필리핀이 K팝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시작점'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오늘 데뷔한 앳하트의 케이틀린처럼, 앞으로 K팝의 미래를 이끌어갈 스타들의 이력서에는 '서울' 이전에 '마닐라'라는 이름이 먼저 새겨지게 될지도 모른다. K팝의 세계지도는 지금, 마닐라에서부터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사진=MHN DB, F&F엔터테인먼트, 하이브 X 게펜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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