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7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가 내각(內閣)과 차관급 인사를 마무리하고 사실상 출발선에 섰다. 대통령실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15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새 정부 출범을 공표하는 ‘국민 임명식’을 연다. 이 대통령은 최근 8·15 특별 사면에 이어 123개 국정 과제를 발표하고 “통합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첫 인선을 놓고 우려가 제기된다. 인사 후반으로 갈수록 ‘진영 챙기기’가 강화되면서 이 대통령이 내세웠던 ‘실용’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과 실용이 반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초기 인사에서는 파격이 이어졌다. 배경훈·김정관·한성숙 등 기업인을 과기부·산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했고,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5·16 이후 64년 만에 첫 문민 국방장관도 나왔다.
하지만 막판으로 가면서 전교조와 민변 출신 등 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 사건을 변호한 법조인들이 금융감독원장, 대통령실 비서관, 국정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 줄줄이 배치됐다. “이 대통령 개인 차원의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 측근’ 발탁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 개인 비리를 저지른 인사들을 특별 사면한 것도 이재명 정부가 내건 ‘공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중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자타 공인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국정 철학에 동의하는 인사를 선정한 것”이라며 “사면은 국민 통합 차원이고 실제로 긍정적 반응이 많다”고 했다.
◇초반 실용 인선 어디 가고… 李 변호인 7명 ‘청문회 없는 요직’ 앉혀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자리에 비교적 청문회 통과가 쉬운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을 대거 발탁했다. 대신 청문회 없이 임명만 하면 되는 요직에는 본인이 연루된 사건의 변호인을 앉히는 등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상당수 기용했다. 청문회 잡음과 낙마를 최소화하면서 국정 운용을 뒷받침할 측근을 발탁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은 “내각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역 의원이 무더기로 포함됐다. 국무총리와 19개 중앙 부처 장관 중 8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낙마한 강선우 의원까지 합치면 절반 가까이를 현역 국회의원으로 채우려 한 셈이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대부분이 대선 때 캠프에서 활동한 친명 의원이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사정 기관으로 꼽히는 국세청장에도 임광현 의원을 지명했다. 이 자리에 현역 의원이 지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백형선 |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첫 인선의 콘셉트는 기업인 출신을 내세워 ‘실용’에 방점을 찍고, 의원과 관료 등을 앉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선 없었던 기업인 출신을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했고 새로 만든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도 네이버 출신을 앉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임명직에는 재판에서 변호를 맡았거나 연수원 동기 등 특수 관계에 있는 측근을 잇따라 배치했다. 금융감독원장에 낙점된 이찬진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변호를 맡았다. 입법 심사와 법령 해석을 담당하는 법제처장에 임명된 조원철 변호사도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다. 대북 송금 사건의 변호인이었던 김희수 변호사는 국정원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의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도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다. 야당에서는 “변호사 수임료를 공직 임명으로 대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실 요직으로 꼽히는 민정수석에도 연수원 동기인 오광수 변호사를 임명했지만 차명 재산 의혹이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념과 진영을 탈피한 인사를 하는 듯 보였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만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장관을 지명했다. 그러나 범여권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 이진숙 전 교육부,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후에는 해당 장관 자리에 전교조 출신, 민변 출신을 각각 앉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세 차례 해직됐던 전교조 교사 출신이고,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민변 등에서 활동했다. ‘진영 챙기기’이자, 지난 대선 청구서를 받아주는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강 전 후보자의 경우엔 민노총, 여성 단체 등 친여 성향 단체들이 앞장서 낙마를 요구했다”며 “대통령은 끝까지 버티려고 했지만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낙마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차관급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는 통진당 전북도당위원장을 지낸 방용승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가 임명됐다. 방 처장은 이 대통령의 친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를 지냈다.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원장에는 차정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차 교수는 이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고, 과거 부산대 총장 시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가족의 입시 비리 문제를 두둔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능력 위주의 참신한 인사, 통합형 인사를 하고 싶었겠지만 자기 진영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 편 챙기기’ 인사로 흐른 건 그 때문”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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