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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편’ 먼저 만난 트럼프, 입장 바뀌었나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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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영토 얘기 안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미군 기지에서 15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 휴전’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당초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점령한 영토를 대부분 확보하고 우크라이나에는 일부 영토만을 돌려주는 이른바 ‘영토 교환’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트럼프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한 뒤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다만 푸틴이 영토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일 두 정상 간 밀실 회담에서 영토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독일·영국·프랑스·폴란드·핀란드 등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 국가들은 ‘휴전 우선,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대(對)러 제재 유지,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불인정,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3자 협상’이라는 5대 원칙을 수용해 달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에 “푸틴과 영토 분할 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휴전을 회담 핵심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고 NBC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는 영토는 협상이 불가능하며 오직 우크라이나 대통령만이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13일 독일 베를린의 총리 집무실 앞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왼쪽) 독일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유럽 주요국과 미국 정상 간 화상회의에 메르츠와 함께 참석했다. /EPA 연합뉴스

13일 독일 베를린의 총리 집무실 앞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왼쪽) 독일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유럽 주요국과 미국 정상 간 화상회의에 메르츠와 함께 참석했다. /EPA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는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 회담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부 (영토) 교환이 있을 것이고 일부 영토 변경이 있을 것”이라며 영토 문제가 핵심 의제임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되찾을 수 있는 영토가 “부동산 거래에서 ‘해안가 매물’이라고 부르는 가장 값비싼 매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유럽 정상들과의 회의가 끝난 뒤 180도 달라진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이 회담 후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푸틴과 회담 직후 젤렌스키와 통화하고, 가능하면 즉시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3자 회담을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트럼프의 입장이 바뀐 것이 사실이라면 15일 양자 회담에서 트럼프는 러시아가 ‘즉각 휴전’에 동의하도록 푸틴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의 피점령 영토 문제와 향후 유럽연합(EU)·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등의 문제는 향후 의제로 미루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WSJ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추어 골프 선수 출신인 스투브는 5개월 전 트럼프와 만나 능숙한 영어와 골프 실력으로 호감을 샀고, 이후 유럽 정상들과 트럼프 사이의 의사소통 역할을 해왔다. WSJ는 “스투브는 트럼프와 연락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던 핀란드의 경험과 유럽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회담이 결국 푸틴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와 푸틴이 단둘이 방에 있는 것은 재앙을 불러올 요인”이라며 2018년에도 두 정상이 만난 뒤 트럼프가 푸틴에게 홀딱 반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다시 한번 푸틴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나와 ‘크렘린의 복음’을 전파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상 욕심이 앞선 트럼프가 푸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성급한 휴전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과 러시아가 ‘요르단강 서안식(式) 점령 모델’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국제법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영토로 보면서도 이스라엘이 계속 지배하는 것처럼, 러시아군 점령지를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구상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최근 러시아 측과의 협상에서 서안식 점령 모델을 거론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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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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