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왼쪽),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 물 마시는 사람). 연합뉴스 |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핵심 국가시설 이전을 아무 권한 없는 김건희씨가 주도하고, 여기에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이 총체적으로 연루된 사실을 감사원이 덮어줬다는 의혹 전반이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봐주기 감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은 기소만 해도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감사원장 등 지휘부 사퇴 요구 성명까지 나온 감사원 내부에서는 수사 방향에 관심이 큰 상황이다.
특검팀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 의혹 강제수사 첫 타깃으로 관저 공사를 주도한 21그램, 공사 이전 실무를 총괄한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관저 이전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우선 김건희씨 사업을 후원했던 무자격 업체 21그램이 관저 증축 공사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오진 전 비서관은 21그램이 공사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 추천했다’는 식으로 함구한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지만, 관저 준공검사조서 조작 등과 관련한 허위공문서 작성(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과 이를 지시(직권남용)한 대통령실 인사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인 윤재순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이 수사 대상이다. 관저 공사를 배후에서 총괄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씨는 직권남용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
관저 감사 범위 축소 의혹
관저 이전 의혹 수사와 관련해 특검팀은 감사원을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했다. 김건희씨와 21그램 의혹을 규명하는 차원에서 감사원 조사 기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입증이 쉬울 것으로 보이는 21그램 선정 과정 수사가 마무리되면, 특검팀은 곧바로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 의혹 및 관저 스크린 골프장 뇌물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 전망이다. 이 경우 감사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봐주기 감사 논란을 규명할 감사원 내부 검토의견서, 감사위원 작성 문건, 내부통신망 기록, 이메일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추가 압수수색이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는 관저 부지 변경 과정에 김건희씨가 관여했는지 등 핵심 의혹을 감사 대상에서 임의로 빼버린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영신 감사위원, 최달영 당시 사무총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해 이들을 다시 고발했다. 검찰과 공수처는 특검팀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6∼7월 고발 사건을 모두 민중기 특검팀에 이첩했다.
고발 내용은 2022년 12월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참여연대의 감사 청구 범위를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감사 실시를 결정했는데, 감사원이 임의로 감사 범위를 축소해 감사를 진행하고 이를 감사보고서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관저 이전 의혹 감사보고서에 “관저 이전 대상지가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에서 부지 선정을 제외한 관저 이전 과정에서 법령에 규정된 필수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의결했다”며, 이에 따라 관저 이전 부지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되는 의사 결정 과정을 감사 대상에서 뺐다고 밝혔다. 이미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이 확정돼 관련 절차가 진행된 상황에서 아무 이유 없이 부지가 바뀌었는데도 이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당시 감사원 행정안전1과에서 국민감사청구심사위 회의를 위해 작성한 검토의견서가 있으며, 심사위는 이 의견서에 따라 ‘국무회의 외에 다른 필수 절차를 거쳤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참여연대의 감사 청구 취지대로 감사 실시를 의결했다고 한다. 올해 초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때는 이런 의견서가 존재하는지 몰라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관저 이전 의혹 감사보고서에는 이 외에도 감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관계와 다른 허위 내용이 여럿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감사보고서 의결을 앞두고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이 내부통신망을 통해 감사보고서 허위 작성 부분과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문건을 작성해 공유했지만, 김영신 주심 감사위원과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등이 이를 무시하고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연합뉴스 |
21그램 직접 조사 방해 의혹
관저 이전 의혹 감사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병호 감사위원은 21그램에 대한 직접 조사를 막았다는 혐의(직권남용)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고발된 상태다. 앞서 한겨레는 관저 감사 초기 실지감사를 맡은 감사관들이 감사원법에 따라 민간업체인 21그램 대표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보고받은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이 질책하며 ‘질문서만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관저 공사에 참여한 지게차 업체까지 직접 조사했던 감사원이, 정작 관저 불법 증축 공사를 총괄한 21그램에 대해서만 납득할 수 없는 감사 지휘를 한 것이다. 결국 감사 실무자는 21그램 쪽에 ‘출석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최종 감사 결과는 지난해 5월 감사위원회의까지 그대로 올라갔지만, ‘이게 말이 되느냐’는 조은석 감사위원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감사보고서가 부결되자 감사원은 그제야 21그램 등에 대한 직접 조사를 했지만, 이미 나온 감사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 진행과 감사 결과 부의에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김영신 감사위원, 최달영 당시 사무총장,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손동신 당시 행정안전1과장 등이 관여했다. 지난달 8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1그램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유병호 감사위원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기소되면 감사위원 직무정지
수사 결과에 따라 특검팀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 등을 기소할 경우, 두 사람의 직무가 정지된다. 감사위원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있을 때만 면직이 가능하지만,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면 해당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감사원법 제15조)되기 때문이다. 최 감사원장 임기는 오는 11월, 유 감사위원 임기는 2028년 2월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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