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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사라진 사막 한가운데서…존재의 의미를 묻다

매일경제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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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우영 개인전
서울 종로구 예화랑 개최
‘래핑’ ‘빌보드’ 연작 첫선


김우영 ‘DVR8084’(2015). 예화랑

김우영 ‘DVR8084’(2015). 예화랑


인적이 사라진 사막 한가운데 화려한 색깔의 빌보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한때 도시의 광고판으로 쓰였던 구조물은 쓰임을 다한 채 버려졌다. 색색의 야광 테이프로 꽁꽁 싸매진 모습은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지금의 방치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사진작가 김우영은 화려하면서도 공허한 인공 구조물과 늘 제자리인 듯 고요하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사막의 대비를 통해 존재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우영 작가의 개인전 ‘The VASTNESS 漠 막’이 오는 23일부터 9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화랑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촬영한 미국 모하비 사막 연작 20여 점을 펼친다. 특히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빌보드를 피사체 삼은 ‘빌보드’ 연작과 작가가 이런 빌보드에 야광 테이프를 감싸 촬영한 ‘래핑’ 연작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김 작가는 “평소 표준 단렌즈만을 고집하고 리터치(편집) 작업도 거의 하지 않는데, 있는 그대로의 풍경에 개입을 시도한 작품은 ‘래핑’ 시리즈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한국의 1세대 사진가로 1995~2005년 광고 사진계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본래 순수예술로서 사진작가를 꿈꿨던 그는 홍익대 도시계획과와 산업미술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뒤 1992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우연한 기회로 상업 사진을 찍기 시작해 그 길로 10년을 업계에 몸 담았다.

김우영 작가의 ‘빌보드’ 시리즈.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옛 광고판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송경은 기자

김우영 작가의 ‘빌보드’ 시리즈.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옛 광고판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송경은 기자


김우영 ‘NV8944’(2018). 예화랑

김우영 ‘NV8944’(2018). 예화랑


그는 “유학 시절 ‘잠깐 돈 좀 벌어오겠다’고 서울에 왔다가 ‘Premiere’ ‘Noblian’ ‘The Noble’ 같은 패션 잡지의 포토 디렉터로 이름을 알리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며 “처음엔 작업과 돈벌이를 병행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새 옛 동료들은 훌륭한 작가로 성장해 있었고, 일을 관둔 뒤에도 상업 사진에 물들어 3~5년은 제대로 카메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했다”고 회상했다.

곧바로 뉴욕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가 선택한 목적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근처의 황량한 사막이었다. 김 작가는 “자동차에 무작정 짐을 싣고 한번에 40~50일씩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다시 작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며 “해가 지면 작은 마을의 허름한 모텔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 동이 트면 다시 길을 나섰다. 대부분 황량한 벌판이다 보니 차에서 잠을 잔 날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그렇게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사막’ 작업은 ‘빌보드’와 ‘래핑’ 시리즈로 이어졌고, 그 사이 차 한 대를 폐차했다.

번화한 도시 문명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고요하고도 광활한 사막의 풍경 속에서 그는 오롯이 혼자서 감정과 기억, 무의식이 겹겹이 쌓인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시 제목을 광대함을 의미하는 ‘vastness’와 사막을 상징하는 ‘漠(막)’으로 지은 이유다. 김 작가는 “사막과 사막 사이에는 조그마한 타운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특별한 용도 없이 고스트 타운이 된 곳이 많다.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화려한 것들의 극명한 대비에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오는 11월에도 사막으로 떠난다.

김우영 작가의 ‘사막’ 시리즈. 송경은 기자

김우영 작가의 ‘사막’ 시리즈. 송경은 기자


김우영 작가가 자신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예화랑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김우영 작가가 자신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예화랑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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