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교통경찰들이 운전면허증이 없이 운전한 운전자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군인들이 어젠 내가 사는 곳의 거리를 봉쇄하고, 오늘은 지하철역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흑인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법을 잘 지키는 시민이라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디시(D.C.) 토박이인 셰이나 테일러는 13일(현지시각) 에이피(AP)통신에 주방위군 배치로 집 밖을 다니는 것이 무서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공공 안전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워싱턴디시에 주방위군 800명을 투입한 이후 시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방정부의 지휘 아래로 들어온 시경찰관들은 주방위군과 함께 워싱턴디시 시내를 주 7일, 24시간 내내 순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이날 시 북서부 케네디 스트리트에선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친구를 내려주기 위해 불법 주차를 한 운전자와 그의 차를 수색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 12일엔 체포 건수가 24건이었는데, 수백명의 연방요원과 경찰이 본격적으로 순찰을 시작한 이 날엔 43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크리스티나 헨더슨 시의원(민주당 출신 무소속)은 “체포된 혐의를 적은 목록을 봤는데 여느 대도시의 토요일 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비상 사태 선포가 얼마나 불필요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방 마약단속국(DEA)과 경찰들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의 포토맥강 주변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워싱턴디시의 범죄율은 최근 하락세로, 워싱턴디시 비상사태 선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틴 파일 사건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이민자 시위가 벌어진 캘리포니아주에서처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관할하는 주나 시에 주방위군을 투입해, 이 지역들이 우범 지역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렸단 분석도 있다.
실제로 워싱턴디시 경찰국 자료를 보면 올해 시의 범죄 건수는 폭력 범죄(살인·성폭력·무기사용·절도)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법무부 자료에서도 2024년 폭력 범죄는 2023년에 비해 35% 감소해, 지난 30년 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 통계 자체가 조작됐다며, 오히려 군 배치 기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내놓은 통계는 완전히 사기였다. 그들이 더 잘하고 있는 것처럼 통계를 조작하도록 강요받은 사람이 있었다”면서 “실제 통계는 최고치를 찍었다. 범죄는 역대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은 워싱턴디시의 범죄 통계에서 큰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곳은 범죄 없는 지역이 될 것이고,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지역들을 위한 등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간으로 제한된 경찰의 연방화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헨더슨 시의원은 “오늘로 아직 3일째인데 벌써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대통령의 연장 요청이 근거 없음을 지적하며, “연장 요청이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의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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