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시티의 한 식량 배급소에서 식사를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100개가 넘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구호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원조의 무기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옥스팜과 국경없는의사회(MSF) 등 인도주의 단체 100여곳은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까다로운 규정을 내세우며 이들 단체의 구호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새로운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며 “수십개의 비정부기구 구호 물품 반입 요청을 거부했다”며 7월 한 달 동안만 60건 이상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만달러 상당의 식량, 의약품, 물 등이 이집트 전역의 창고에 버려졌다”며 “구호단체가 구호품을 전달하지 못해서 병원에는 기본적 물품이 없고, 어린이·장애인·노인들이 굶주림과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난민지원단체 Arena의 최고경영자 숀 캐럴은 “가자지구에 들어갈 700만달러(약 97억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준비했다. 여기는 600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744t의 쌀이 포함돼 있지만, 이 물품들은 불과 가자 국경에서 몇㎞ 떨어진 곳에 봉쇄돼 있다”고 말했다.
CARE는 “3월2일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사전에 배치된 150만달러(약 20억7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가자지구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스팜 또한 “이스라엘이 반입을 거부한 옥스팜 물품이 250만달러(약 34억7000만원) 상당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하는 구호단체에 대한 새로운 등록 규정을 만들어 ‘보안 심사’를 위해 개인 기부자 정보, 팔레스타인 직원 명단을 포함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등에서 모든 활동을 60일 내에 중단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구호단체가 하마스의 개입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보안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때” 구호물품 반입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등록절차를 마친 20개 기관이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가져오고 있으며, 매일 약 3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하루에 600대 트럭의 구호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정보가 오용될 우려가 있고,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망한 인도주의 활동가의 98%가 팔레스타인인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군사적·정치적 목적으로 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으며, 구호단체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자지구 국경없는의사회의 아이토르 자발고게아스코아는 “군사화된 식량배급 체계는 기아를 무기화하고 고통을 조장했다”며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 현장에서 극심한 폭력과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을 대체해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설립된 GHF의 식량배급소가 지난 5월 말 문을 연 이후 배급소 주변에서 최소 859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식량을 구하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 등으로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4일 하루 사이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명이 굶어 죽어, 가자지구에서 굶주림으로 사망한 사람이 23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중 어린이는 106명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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