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거장' 길·아델 "부부 호흡 기대하세요"

길 샤함(오른쪽)과 아델 앤서니(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부부' 길 샤함(54)과 아델 앤서니(55)가 한국 관객 앞에 나란히 선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서다. 부부가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 샤함은 공연을 앞두고 최근 뉴스1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아내 아델과 무대에 오르는 것은 큰 기쁨이자 특별한 순간"이라며 "한국에서 함께 연주하게 돼 매우 설렌다"고 전했다.

10살에 데뷔한 그는 '신동 아티스트'로 불리며 40여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미상, 프랑스 음반 대상, 디아파종 황금상 등 유수의 음악상을 휩쓸었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섬세한 테크닉과 온기 어린 연주로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부부는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J.S. 바흐의 명작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 단조'와 아브너 도만의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연주한다. 도만의 이 곡은 지난 4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세계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 무대가 아시아 초연이다.

길 샤함은 "아델과 저는 오랫동안 아브너 도만의 작품을 존경해 왔다"며 "이 곡은 바흐의 '더블 콘체르토'와 짝을 이루는 곡을 써보자는 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매우 감동적이며 영감을 주는 신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길 샤함ⓒChris-Lee(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남편은 무대 향한 열망을 북돋아 주는 존재"

두 사람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세종솔로이스츠와 인연이 깊다. 세종솔로이스츠는 강효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가 1994년 창단한 현악 실내악단으로, 길 샤함은 강 교수의 제자이며, 아델 앤서니는 창단 이후 12년간 리더로 활약했다.

샤함은 "강효 교수님께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제자들에게 음악적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셨고,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은 서로 귀 기울이고 신뢰하며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임을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세종솔로이스츠는 가족 같은 존재"라며 "현재 단원 중에는 줄리아드 시절의 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제가 직접 가르쳤던 후배 연주자들이 함께 있어 '온전한 순환'(full circle)을 이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강효 교수님과의 오랜 음악적 관계는 제 바이올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남편과 '동종 직군 종사자'로서 장단점을 묻자, 앤서니는 장점만 강조했다. "든든한 안심을 주는 동시에, 무대에 대한 열망을 더욱 북돋아 준다"며 "언제든 음악에 관한 질문에 답해주고, 더 나은 운지법(핑거링)이나 활 법(보잉)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서로의 음악적 강점을 아낌없이 인정했다. 샤함은 "아내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결코 아델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고, 앤서니는 "길의 연주에는 존경할 점이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즉 남편 눈에 아내는 '유일무이한 바이올리니스트', 아내에게 남편은 '장점 부자'란 얘기였다.

한편,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클래식 음악의 동시대성을 탐구하고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축제다. 라틴어인 '힉 엣 눙크'는 '여기 그리고 지금'을 뜻한다. 38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올해 축제는 오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이화여대, 광진어린이공연장 등에서 펼쳐진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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