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온 26세 메이는 성수동의 한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았다. 입구 앞 포토존, 한정판 전시, 체험형 공간까지 스마트폰에 영상과 이미지를 담는다. 매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브랜드와 협업한 카페의 신메뉴를 맛보고, 다른 한쪽에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활용해 가방에 이니셜을 새긴다. 직원은 한정판 재킷의 상하이 출시 스케줄을 설명하며 QR코드로 바로 온라인몰 접속을 안내한다. 메이는 그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웨이보와 샤오홍슈에 올려 수만 개의 ‘좋아요’와 ‘댓글’을 받는다. 귀국 후 그는 자국의 온라인몰에서 서울에서 본 브랜드의 신상품을 구매하고, 언박싱 영상은 다시 화제가 된다. 서울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자국에서의 반복 소비로 이어지고 확산된다.
서울 성수·압구정·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이제 더 이상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판매 공간이 아니다. 무신사, 마뗑킴, 앤더슨벨 같은 국내 브랜드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이곳을 해외 매출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삼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성수·홍대를 포함한 성동구·마포구의 외국인 소비 증가율은 서울 평균인 17.8%를 크게 웃도는 85.5%, 40.4%에 달했다. 성수 무신사 스토어는 오픈 첫 달 외국인 매출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홍대 매장은 1분기 27%에서 3분기 43%로 뛰었다.
이 지역에 투자하는 국내 브랜드들은 해외 매장을 내기 전 서울에서 외국인 소비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그들이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자국에서 다시 소비하는 전략을 세운다. 마뗑킴은 성수 플래그십을 통해 일본과 대만 고객층을 넓혔고, 앤더슨벨은 홍대 매장을 거점으로 해외 편집숍 입점과 직구 매출을 키웠다. 런던이나 파리처럼 전통적 관광도시도 이런 전략을 쓰지만, 서울은 K-팝·드라마·뷰티·푸드가 결합된 복합적인 경험을 한 번에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패션만 보러 오는 여행이 아니라, 공연과 드라마 촬영지 투어, 인기 카페 방문과 같은 동선 속에서 패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런 흐름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바이럴과 현지 재구매로 직결된다.
글로벌 브랜드도 서울을 아시아 테스트베드로 본다. 메종 마르지엘라, 알로요가, 브랜디 멜빌은 서울에서 새로운 공간 콘셉트와 협업을 시험하고, 반응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 전략을 세운다. 루이비통이 광화문에 전시형 쇼룸을 열고 BTS 뷔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서울을 단순한 판매지가 아닌 브랜드 메시지 발신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런던, 파리에서는 문화 아이콘과 도시의 역사가 브랜드를 받쳐주지만, 서울은 최신 트렌드와 대중문화가 실시간으로 브랜드 경험에 흡수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여기에 한류의 글로벌 팬덤이 결합해 패션 매장이 곧 관광 명소로 기능한다.
서울 플래그십 투자는 국내외 브랜드 모두에게 같은 목표를 향하게 한다. 서울에서 해외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그 브랜드를 더 소비하게 만드는 것. 한정판 발매, SNS 친화적 공간 연출, 로컬 아티스트 협업 등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장치다. 전통적 관광도시가 과거의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면 서울은 트렌드를 실험하고 전파하는 도시다. 이 구조를 오래 유지하며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 브랜드가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발 앞서 나가게 되지 않을까.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