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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굶고, 여행은 꿈도 못 꾼다"…호황 끝난 미국의 추락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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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거른다"는 美저소득층…고물가에 소비 양극화 심화
美경제 버팀목 개인소비 '뚝'…올해 1%대 저성장 예측
"저소득층은 아침 거르기 시작…중산층은 맥도날드로"
여유 사라져 여행도 포기…항공사 실적악화·적자전환
관세 불확실성에 기업 투자도 위축, 주택도 침체 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성장을 뒤로 하고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며, 저소득층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기업 투자·내수 전반에선 활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사진=AFP)




美경제 버팀목 개인소비 약화→경기 냉각 조짐

미 경제는 2023~2024년 잠재성장률(1.8%)을 크게 웃도는 3%에 가까운 고성장세를 지속했으나, 올해 성장률은 1% 전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근거는 미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나타난 소비·투자 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계의 실적은 개인소비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이정표로 간주되는데,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업체들 간 명암이 뚜렷히 엇갈렸다. 미 경제의 핵심 동력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다.

맥도날드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하며 3분기 만에 반등했다. 지난 5월 출시된 치킨 스트립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결과였다. 3개 들이 세트는 6.89달러, 4개 들이 세트는 7.99달러로 각각 가격이 정해졌다. 치킨샌드와 너겟, 감자, 음료가 포함된 5달러짜리 세트보다 비싼 데도 매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산층 이상 고객의 구매력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주류 고객층이었던 저소득층의 발길은 줄어들었다는 진단이다. 당시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저소득층은 실질소득 감소로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직접 요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FC, 피자헛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중산층 고객 확보에 실패하며 미국 내 매출이 5% 감소했다. 항공, 카드 결제 등 여러 업종에서도 비슷한 소비 양극화가 확인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예를 들어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관광·레저 수요 둔화로 미 항공 대기업 3사 모두 항공권 구매가 줄었다. 국내선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메리칸항공은 조정후 주당순이익(EPS)이 적자 전환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또한 저가항공사(LCC) 3개사 중 2개사는 2분기에 적자로 전락했다. 대형 항공사 대신 저가항공사를 택하는 게 아니라 여행 자체를 포기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소비는 2023~2024년 미 경제의 고성장을 이끈 동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임금 상승과 정부의 현금 지원 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연율 4% 가까이 오르던 개인소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0.5%, 2분기 1.4%로 급격히 둔화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증가율이 1% 미만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주요 경제학자들과 월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3%대 고물가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 소비자들이 연말까지 관세 비용의 67%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3.2%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 UBS, BNP파리바 등 대다수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관세가 GDP를 1% 정도 끌어내리고, 인플레이션을 1.0~1.5%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는 29일 800달러 이하 무관세 품목에 대한 ‘데 미니미스’ 예외가 만료되면 소매용 수입품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연말 핵심 인플레이션이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FP)

(사진=AFP)




관세 불확실성에 기업 투자 위축…주택시장 침체 조짐

고율 관세 및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 당장은 소비자가격 인상이 더디긴 하지만,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하락, 소비 양극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른다. 고용 환경 역시 악화돼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실직자의 재취업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UBS의 브라이언 로즈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원가 상승이 소매가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도 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 후반에 고착됐고, 지난 6월 기존주택 판매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관세 인상으로 주택 건축비가 증가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신축 허가 건수 역시 둔화 추세다.

미 정부는 감세·규제완화로 투자를 견인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기업들의 투자는 인공지능(AI)과 신산업 편중이 심화하고 있다. 2분기 알파벳 등 빅테크 4개사만이 전년 동기대비 70%라는 기록적인 투자 증가를 기록했다.

비(非)테크 제조업은 건설, 자동차 등에서는 실적 부진과 관세 부담이 가시화하고 있다. 캐터필러,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 제조 대기업은 수익성 악화와 투자 축소,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그나마 테슬라가 AI 등 미래 분야 투자 확대를 강조했지만 전기차 사업은 악화일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대미 직접투자 유치·확대다. 그러나 이 역시 실질적 사업 착수와 성과 가시화에는 2~3년이 걸린다. 관세 정책 변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닛케이는 “올해 상반기 이후 침체 우려는 줄었으나, 소비와 투자 양극화로 체감경기는 냉각되고 있다”며 “당분간 미 경제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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