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의 ‘에어컨 논란’이 올해 여름에도 재점화됐다. 쿠팡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물류센터·배송 캠프·서브 허브(중간 물류 거점)에 대형 시스템 에어컨, HVLS(대형 선풍기), 밀폐형 도어 등 냉방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폭염기에는 쿨링조끼, 얼음물, 냉방 구역(쿨존)도 운영한다고 홍보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방비가 철저한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찜통”이라고 호소한다.
현장의 목소리들을 종합하면, 한 층에 수백 명이 근무하지만 쿨존은 두세 곳뿐이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는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작업 구역은 체감 온도 변화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여주 2센터 등 전체 공정에 에어컨이 전혀 없는 곳도 있다. 제공되는 아이스크림과 얼음물만으로는 장시간 작업의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 서브 허브에는 평균적으로 축구장 3분의 2 크기(4609㎡) 면적에 에어컨 1대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현장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함께 근무하는데도 냉방 설비가 부족한 상태다.
쿠팡 측은 대형·개방형 구조 특성상 전면 냉방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건물 규모와 층고가 크고 높아 설치비와 전기요금 대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전면 냉방을 포기하기보다, 폭염 시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냉방·휴식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쿠팡 노동자들은 오는 15일 파업을 예고했다. 계약직은 집단 연차·보건휴가·결근, 일용직은 출근 신청 거부로 대응할 계획이다. 핵심 요구는 ▲2시간 이내 20분씩 휴식 시간 보장 ▲현장 휴게공간·에어컨 확충이다. ‘로켓배송’은 소비자에게는 편리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속도 감시와 서열화를 강제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매년 7~8월에 집중 발생하며, 실내 작업 중 발생 비중도 작지 않다. 지난해 7월 18일 제주 서브 허브에서는 일용직 노동자가 상품 분류 작업 중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기상청은 향후 10년간 여름 평균기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기준의 냉방·휴식 대책이 3년 뒤에도 유효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에어컨 대수’가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일정 시간 이상 냉방 환경과 휴식을 보장받는 체계다.
폭염 대응은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투자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배송 속도만큼이나 작업자 체력과 안전을 유지하는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이 곧 쿠팡의 서비스 품질과 기업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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