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MT리포트] 트럼프시대, 숙명의 파트너 '한일' ②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 3人 '韓日 외교·안보 협력' 제언 종합
일본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GRIPS) 부총장,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한반도연구센터장,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도쿄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일 협력 필요성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
한일 양국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를 맞아 외교·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들이 일본 쪽에서 나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통적 동맹관을 거부하는 트럼프 2기의 등장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등 새로운 변수가 한일 양국에 공통적 대응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내 동아시아·한반도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에 일부 이견이 있지만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운명의 동반자'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GRIPS) 교수와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일 양국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증액하고, 미군 주둔 관련 방위비를 인상할 것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정보를 공유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그동안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인 데 더해 최근 우리 서해에서 어업 시설 등을 무단으로 설치하는 행위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직면한 지역 안보 현안 뿐 아니라 한일 군사훈련 필요성과 같은 국방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외교·국방(2+2) 장관급 회의' 신설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양국은 2+2 회의를 국장급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 한국이 북한을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미일 작전계획(작계)을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해협 충돌시 주한·주일미군 활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한일 양국도 이에 대비해 작계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한일 간 작계를 통합할 경우 일본도 북핵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다면서 한국에서 제기되는 '일본 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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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미일 작전계획 통함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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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GRIPS) 교수가 지난 8일 일본 도쿄 인근 카페에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미치시타 교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안보위협이 '대만해협'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통일'을 추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군사적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더해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능력이 없는 만큼 트럼프 2기에서 한미·미일 연합 작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각기 만든 작계를 통합하는 방향은 어렵겠지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작계 공개를 주저할 수 있지만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일본이 작계 통합을 계기로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일본 내에선 작계를 통합하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직접적 타깃이 된다는 신중론과 문제없다는 통합론이 공존한다"며 "한일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 억지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와 미일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각각 작계 5015·5022와 작계 5055를 운영하고 있다. 작계는 전쟁을 대비한 전시 작전계획과 평시 국지도발계획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한미 연합훈련 등도 작계를 기반으로 실시된다.
미치시타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해서 점령할 능력은 없지만 한국에 국지도발 등을 통해 충분히 혼란을 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과거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1발을 맞으면 비례적 대응 내지는 보복 공격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면서 "문제는 북한은 가진 게 없지만 한국은 잃을 게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한국은 국제적인 경제 체제 안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위기 시 해외 자본이 빠지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손해가 클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현재로선 한반도 내에서 제일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라고 했다.
한일 양국이 트럼프 2기의 '안보 청구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치시타 교수는 "한일 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협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3년은 한일이 함께 버텨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은 그것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한일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해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해협의 경우 한국 전체 물동량의 40% 이상이 통과해 이곳이 봉쇄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치시타 교수는 '한일 선박의 항행의 자유 보장'에 대해선 "한일 양국에 해상교통로(SLOC·Sea Lines of Communication)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유사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전투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해상교통로 확보 문제는 한국 해군이 호주 등과 협력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생명과 대만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현재 중국은 경제·사회·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 경우 시 주석이 군사적 위기를 만들어 내부를 단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증강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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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국방(2+2) 장관급 회의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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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한반도연구센터장) / 사진=아시아 소사이어티 일본(Asia Society Japan) |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양국이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해 지역 내 안보 과제를 수시로 소통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들어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해 역내 리스크를 줄일 뿐 아니라 공통의 안보 과제 등에 대응하자는 주장이다.
니시노 교수는 "양국이 직면한 지역의 안보 과제를 정례적으로 협의하는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할 필요가 있따"며 "한일 양국 모두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위압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동맹국인 미국과 연계해 대(對)중국 정책을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일 양국에 중국은 중요한 이웃이고,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도 절실하다"며 "한일은 대중 억지력의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미중 대립이 더 이상 격화하지 않도록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시노 교수는 그동안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핵능력 강화가 지역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며 한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 한미일·한일 안보협력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며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한일이 공동으로 역내 국가들에 기술 개발을 지원 하는 것도 역내 평화·번영에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을 상대로 한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은 시기상조"라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안보협력을 상정하는 데 더해 한일 정책협의나 전략대화를 활성화해 양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책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국 내에선 역사 문제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일본은 영국·호주·필리핀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체결하며 '준동맹' 관계를 구축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은 국가와 준동맹 관계에 이른 것은 안보적·역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과 호주 등은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있음에도 중국의 해군력 증강 문제가 위협으로 떠오르자 일본과 군사협력에 나섰다는 얘기다. ACSA는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을 의미한다.
ACSA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이동한다는 점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 중국의 핵능력 확보 등의 상황에서 한일이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협정의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양국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수교 60주년 등을 계기로 안보협력 심화가 한일관계 진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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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일 경쟁시켜 이익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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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도쿄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사진=김인한 기자 |
기미야 명예교수는 대만 유사시 주한·주일미군 활용 여부는 미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한일 양국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주한미군 역할 확대나 감축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미야 명예교수는 "이재명 정부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중요하지만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며 "대만 유사시 주한·주일미군의 활용을 한일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나 비용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설득해야 주한미군의 유지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윤석열 정부의 방향을 이어갈지,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따를지 방향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국 견제 역할에 일부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가 미군 주둔에 관한 방위비와 국방예산 인상을 압박하는 문제 등에 한일 양국이 공조할 필요성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서로 경쟁시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있다"며 "한일 양국이 서로 경쟁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미국의 이런 협상 전략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미야 교수가 평가하는 한일관계는 더 이상 비대칭이 아닌 대칭 구조다. 기미야 교수는 "한일 양국은 냉전 이후 대칭적 관계가 됐고 현재는 상대방을 의식하며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며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에 대해선 절충점을 찾아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 문제를 "국가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의 문제"라면서도 "경제와 안보는 먹고사는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아이덴티티와 경제·안보는 양립해야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본다면 먹고 살고 생존하는 문제가 우선 아니겠느냐"고 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일 양국이 협력할 분야로는 AI(인공지능), 사이버, 해군력 분야를 거론했다. 중국이 AI 등 첨단기술 개발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한일이 경쟁을 통해 수준을 높여 고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한일 양국은 무역 기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쿄(일본)=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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