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 대 반탄’ 갈등 점입가경… 안철수·조경태 단일화로 반전 노리나

충청·호남 합동연설회도 '배신자' 논란 반복
당내 "단일화 등을 통해 찬탄파 힘 합쳐야"

김문수(왼쪽부터),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3일 오후 대전광역시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충남권-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반탄파'(탄핵 반대)와 '찬탄파'(탄핵 찬성) 간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헌정사 유례없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구속을 계기로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반탄파 후보들이 강성 지지층을 뒷배 삼아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반전시킬 계기로 찬탄파 후보들의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다.

13일 대전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도 반탄·찬탄파 후보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정반대 입장을 드러내며 '배신자' 논쟁이 반복됐다. 반탄파인 장동혁 의원은 찬탄파인 안철수 조경태 의원을 겨냥해 "탄핵에 찬성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운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며 우리 동지들을 팔아넘기는 것,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탄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사상 처음으로 (특검이)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구속했다"면서 "급기야 자랑스러운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전당대회에 폭탄을 던지는 테러 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장 의원과 김 전 장관을 겨냥해 "계엄을 옹호하면서 어떻게 다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라며 "계엄과 극단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선동으로 당원을 우롱하고 있는 진짜 배신자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도 "배신자는 집권여당의 직위를 야당으로 내준 윤석열 부부"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게 틀린 말인가. 제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에 남은 극우 세력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몰아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 안팎의 시선은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의원의 단일화 여부로 향하고 있다.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 방식으로 진행되는 본경선에서는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현재로선 반탄파인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당내 혁신 세력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찬탄파인 안 의원과 조 의원이 단일화해 찬탄·반탄파 간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져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고 한 시도를 당원들의 투표로 무산시켰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내려놓은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그분(안철수 조경태 의원)들도 진정성을 갖고 총체적 에너지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사실상 단일화를 요구했다. 한 친한계 인사도 "단일화가 되면 친한동훈계를 포함해 당내 혁신파들의 적극적 지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일화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조 의원은 첫 TV토론에서 "혁신·반극우 단일화 연대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반면, 안 의원은 결선투표에 찬탄파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입장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