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봉정현 | 법률사무소 세종로 대표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공직자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직권남용죄 개정 방침을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29일 검찰에 직권남용죄와 배임죄 수사가 공직과 기업 사회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지시했다. 정권 입맛에 따라 공무원은 직권남용죄로, 기업인은 배임죄로 의율하며 정적 탄압 수단으로 전락한 두 범죄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지시다.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여기서 핵심 구성요건인 ‘직권’ ‘남용’ ‘의무 없는 일’ 모두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로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가진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도, 직권남용죄가 불확정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엄격 해석의 원칙이 더욱 준수돼야 한다는 별개의견의 지적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모호성 탓인지 사실상 사문화돼 있던 직권남용죄을 부활시킨 이가 윤석열 검사다.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들을 기소하면서 직권남용죄를 들고나왔다. 이후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리고 월성원전 폐쇄와 통계조작 의혹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까지 모두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무죄 선고가 잇따르면서, 정치적 목적에 따른 ‘표적 수사’ 논란을 자초한 것이 바로 직권남용죄였다.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가 사실상의 신임 관계만 존재한다면 폭넓게 인정되고, ‘임무 위배’ 기준도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기업의 복합적 경영환경에서 임무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사회 등 합의체 의사결정을 거친 경영판단도 나중에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 도전이나 적극적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손해’를 판단하면서 잠재적 이익을 놓친 것까지 계산해 포함함으로써 경영판단의 자유를 위협한다.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행위 당시에 단지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기업가의 창의와 혁신에 반드시 상존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위험)를 벌하겠다는 것이 배임죄인 셈이다.
이처럼 자의적 적용이 다분해 정권 교체기마다 전 정부 관료와 기업인을 탄압하는 수단이 돼버린 직권남용죄와 배임죄를 개선해야 한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재명 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입법부인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구성요건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배임죄에 대해서는 판례가 면책요건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것이 기업의 모럴해저드로 이어지지 않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집단소송의 요건 완화 등 민사상 손해배상의 길을 넓히고, 주주 간 이해충돌이 있을 때는 이를 배제하는 등의 보완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행정부의 수사기관은 수사개시 및 기소 기준을 엄격화해 수사권과 기소권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사법부인 법원도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에 넣어 사법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통해 공직사회와 기업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위축시키는 우를 막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표적 수사의 논란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직권남용죄와 배임죄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안녕과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항이다. 그러나 자의적 적용이 가능한 지금 구조로는 이것이 도리어 정적 제거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애꿎은 공무원과 기업가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소극행정과 리스크 회피형 경영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해시키며,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위협하고도 있다. 형벌은 보충성 원칙에 따라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특히 재량과 책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를 반영한,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 정권을 잡은 이재명 정부가 먼저 그 무기를 내려놓고자 하는 지금이야말로 그 기준을 재정립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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