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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99%가 외국인···이젠 친구처럼 농담도"

서울경제 안산=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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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100만시대의 그림자]
<3> 안산 다문화 상권 가보니
외국인 정착하며 지역 경제 살려
中·베트남·아랍어까지 간판 다양
거부감 사라지고 한국어로 흥정도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에서 23년째 수산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정 모 씨에게는 중국인 단골이 있다. 한국어로 “요즘 얼굴 좋아졌다”며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다. 그는 민물 가재를 항상 가게에 들여놓는다. 중국인이 가재 요리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정 씨는 “장사 초반에는 대화가 안 돼 손짓으로 물건을 팔았는데 이제는 친구 같다”며 웃어 보였다.

6일 방문한 안산 시화·반월공단 인근 상권은 오전부터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거리에서는 ‘더 큰 사이즈 주세요’ ‘요즘 과일 뭐가 맛있어요’ 등 자연스레 한국어가 오갔다. 방문한 이들 대부분은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다. 지난해 안산 기계 공장에 취업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리(22) 씨는 이날 원곡동의 할랄 식료품점을 찾았다. 음료수를 집어 들고 능숙하게 한국어로 얼마인지 묻는 모습이었다. 그는 “무슬림인데 할랄 마트가 잘 마련돼 있어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학을 다니며 비즈니스 수업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상권은 이주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30년 전부터 활기를 띠었다. 1990년대 중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외국인을 위한 휴대폰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0년대부터는 이주노동자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도소매점이 자리 잡았다. 실제 원곡동에서는 베트남어·아랍어 등 외국어가 병기된 간판과 메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희덕 원곡동 상인회장은 “주중에는 공단 근무지로 내려갔던 외국인들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다”며 “이제 상권 구조 자체가 외국인 소비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차츰 감소했다. 28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숙 씨는 “손님의 99%가 외국인이어서 카자흐스탄과 중국 출신 직원까지 뒀다”며 “타국 사람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고 손님이 돼 주니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본국 음식을 주로 찾던 이주노동자들 역시 한국 문화에 스며들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온 니키타(29) 씨는 “갈비탕이 러시아 수프 ‘우하’ 같아 놀랐다”며 여러 한국 음식에 도전 중이라고 덧붙였다. 네팔 출신 칸난(23) 씨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K팝을 흥얼거리며 옷을 구매하고 있었다. 한국에 거주한 지 2년 차인 그는 “한국이 깨끗하고 안전해서 앞으로 5년은 더 살고 싶다”고 했다.



안산=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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