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구 성지 고시엔에 또 한국어 교가... 교토국제고 16강 진출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13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군마현의 강호 겐다이타카사키고를 6대3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교토국제 에이스 선발 니시무라 잇키가 경기가 끝난 뒤 고시엔 구장에 울려퍼지는 한국어 교가를 따라부르고 있다./vk.sportsbull.jp

일본 고교 야구의 성지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 1년 만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3일 오전 제107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 첫 경기에서 군마현 강호 겐다이타카사키고를 6대3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2년 연속 일본 고교야구 최정상의 자리를 노린다.

이날 경기는 봄과 여름의 왕자(王者) 간의 맞대결이었다. 겐다이타카사키는 지난해 선발고교야구대회에서, 교토국제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우승컵을 안았다. 두 대회는 열리는 계절과 구장명을 따 각각 ‘봄 고시엔’, ‘여름 고시엔’이라고 통칭된다. 봄과 여름 고시엔 우승교가 이듬해 여름 고시엔 첫 경기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최초였다.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부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가 13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승자는 ‘여름의 왕자’였다. 교토국제는 주축 선발 니시무라 잇키(3학년)의 역투를 필두로 승리를 지켰다. 1회 공격에서부터 2점을 획득한 교토국제는 3회초 수비에서 3점을 내주며 역전당했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2점을 올리며 다시 따돌린 뒤 5·6회에 각각 1점씩을 추가했다. 니시무라는 9회까지 160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했다.

고마키 노리츠구(42) 교토국제 야구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첫 회부터 점수를 낼 줄 몰랐다. 상상했던 전개와 달랐지만 모두 함께 뛰었다”며 “선수들의 ‘지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상대보다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13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한신 고시엔 구장에 도열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일본 군마현 겐다이타카사키고 야구부 선수들이 13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재일 한국계 교토국제고에 패배한 뒤 한신 고시엔 구장의 흙을 퍼담고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고시엔 구장에는 대회 전통에 따라 승리교 교가가 울려 퍼졌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고 시작하는 한국어 가사로 된 교가다. 패배한 겐다이타카사키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시엔 구장 흙을 퍼담고 떠났다. 고시엔에서 진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은 구장 흙을 물병 등에 담아와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전통이 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세운 민족 학교 ‘교토조선중’의 후신(後身)이다. 1990년대에 학생 수가 급감하며 일본 학교로 전환됐고, 2004년 지금 이름으로 교명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 약 160명 중 70%가량이 일본인이라고 전해졌다. 1999년 창단된 교토국제고 야구부가 두각을 드러낸 건 최근 일이다. 2021년 고시엔 본선에 처음 진출해 4강까지 올랐고, 이듬해엔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김동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