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
어제 사면이 그런 사례였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압승의 1등 공신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관련자들의 족쇄가 풀렸다.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이(최강욱 전 의원)도, 딸에게 장학금을 준 이(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도 특사 명단에 올랐다. 또 다른 지지층인 성남시장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사업가와 얽힌 후임 성남시장(은수미)도 사면됐다. 이 대통령이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동정했던 의원(윤미향)도, 진보 판사 출신으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법무부 차관(이용구)도였다. 그저 몇 명을 빼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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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후견주의 보인 지지층 사면
역풍은 감내할 만하다고 본 것
위기감 없는 야당, 견제도 못해
‘국민 통합’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서 ‘국민’은 지지자다. 사면만 이런 건 아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했거나 할 법안 중 상당수가 지지층을 챙겼다. 노란봉투법부터 언론 관련 법은 물론, 다가올 ‘검찰개혁’ 법안도다.
누군가 “문재인은 못 했지만 이재명은 했다”고 감탄했던데, 이런 국정이 가능한 건 역풍을 감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호세력까지 원내 190석 가까이 되는 데다 총선은 3년 후다. 국민의힘은 찌질할 대로 찌질해져 경쟁이 안 된다. 사실 사면 때 야당도 의견을 낸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났더니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쪽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고 여러 차례 찾아왔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밀했어야 할 얘기를 들켰을 뿐만 아니라 ‘볼품없는’ 이들을 부탁했다.
이 구조가 한동안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의 우군인 4050은 최대 유권자 블록이고,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또 서울에서, 지방에서 경기·인천으로 이주한 이들의 상당수는 반국민의힘 성향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당선 지역 대부분이 이제 민주당 지역이 된 이유다. 과거엔 영·호남 의석 차 때문에 국민의힘 계열이 30여 석 접고 들어갔다면, 이젠 수도권 덕분에 민주당이 80여 석 앞서 출발한다. 정당-유권자 정렬이 크게 흔들린 리얼라인먼트(realignment)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 전 대표 등이 포함된 83만6687명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재가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국 전 대표, 조 전대표 부인 정경심씨, 윤미향, 최강욱 전 의원. 뉴스1 |
그러는 사이 민주당의 정·관계, 시민사회는 물론 기업까지 네트워크가 촘촘해졌다. 한때 ‘보잘것없던’ 이력도 이 안에서 탄탄해진다. 성남 조폭 사건 관련자가 지자체 관직을 거쳐 국무총리실 비서관까지 임명된 게 한 예다. 이젠 수도권의 국민의힘 출마자들은 (있기나 하다면) 다선 의원 아니면 장·차관 출신을 상대해야 한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선거에 진심이다. 취임 후 기자들에게 “하여튼 (여소야대 속 윤석열 전 대통령은) 힘들었을 것 같다”고 한 일도 있다. 스스로 대선 승리 연합을 해체하고 혼군이 된 윤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길이다. 이해찬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국민의힘 앞엔 20여 년 정치적 황무지가 놓여 있지만 행동에선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을 쌓는 자 망한다”(정두언 전 의원)는데, 성도 아닌 ‘탄핵 반대’ ‘부정선거’ 구덩이를 파고 고개를 처박고 있다. 이들이 여권을 견제할 수 있을까. 난망이다.
그러므로 여권은 앞으로도 자신의 스케줄대로 독주하고 싶을 때 독주하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것이다. 그 사이 그들의 ‘국민’과 그저 국민 사이의 간격은 벌어질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냐”고 묻는 이도 있겠으나 그들의 ‘국민’이 되는 길을 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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