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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뜨거운데…'비건 사업' 줄줄이 접는 국내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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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림 기자]

해외에서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비건(vegan)'이다. 이랜드이츠부터 신세계푸드, 농심까지 잇따라 비건 사업을 철수하거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비건 인구 규모가 작고, 비건 인구조차 대체육·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이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야만 비건 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선 잘 나가는 비건 식품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투워즈FNB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은 올해 2238억달러(약 311조원)에서 2034년 5588억달러(약 777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0.7%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건은 고기, 계란, 우유, 벌꿀 등 동물성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비건 식품 시장의 성장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건강, 환경,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비건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비건 식품을 찾으면서 비건은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채식 위주 식단을 유지하면서도 육식을 병행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란 새로운 개념까지 등장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 세계 비건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비건 인구 보유국으로 불린다. 비건 인구 증가와 비건 프랜차이즈 확산이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레세덴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는 미국의 비건 식품 시장 규모가 2023년 32억7000만달러에서 2030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도 비건 식품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a) 조사 결과 독일 인구의 8%는 채식주의자, 2%는 비건이다. 플렉시테리언까지 포함하면 40%에 달하는 독일인이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과 탐구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고기 소비를 줄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줄줄이 비건 철수…왜?


하지만 한국 시장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미국과 유럽 국가에 비해 비건 인구 비율이 매우 낮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2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4%를 차지한다. 다만 해당 조사가 완전한 채식주의자 외에도 채식을 선호하거나 지향하는 인구까지 포함했다는 점으로 봤을 때 비건 인구는 더욱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건 인구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해 시장 규모 자체가 작고,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도 제한적이다보니 결국 국내 식품기업들도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한때 전 세계 비건 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비건 사업 열풍이 불었으나, 대부분 실패로 막을 내렸다.


실제 농심은 2022년 비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키친'을 오픈하며 비건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매장을 철수했다. 채식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실제 채식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 대비 크게 높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2021년 비건 아이스크림 '비긴스크림'을 출시했던 이랜드이츠도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3년 판매를 종료했다. 같은 해 버거킹의 '플랜트와퍼'와 도미노피자피자의 '식물성 미트피자'도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2023년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가 선보였던 '베러버거' 역시 한 달여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비건 사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신세계푸드가 2023년 론칭한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와 연계한 콘셉트 매장 '유와잇유잇'은 1호점 개점 이후 추가 출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비건이 일시적 유행에 그쳤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아 시장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답은 일반 고객·해외에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비건 사업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비건 인구는 적을 뿐 아니라, 실제 비건 인구 상당수는 대체육 등 비건 가공식품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물 보호를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이들에게 고기 맛을 재현한 대체육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리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대체 식재료는 특성상 원재료 단가가 높아 가격대 부담이 있다는 것도 장벽으로 꼽힌다.

결국 핵심은 맛의 퀄리티를 높여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일반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플렉시테리언을 확대해 나간다면, 한국에서도 비건 사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왕교자 등이 있다. 풀무원이 2022년 비건 인증을 받고 선보인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 역시 파스타, 팟타이와 같은 일반적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 결과, 한 끼 식사로 식물성 식단을 먹으려는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플랜튜드 3호점 출점까지 마친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음식에서 맛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비건이 급격히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렇다면 철저한 채식주의자만을 겨냥하기보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를 공략해 가끔이라도 비건 식단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건 식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모두 만두·김밥 등 식물성 식품의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내 비건 시장은 파이가 한정적이지만, 해외에서는 한식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인식되며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비건과 한식 모두 성장세가 뚜렷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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