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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블랙레이블 제공) |
올해 가요계에서 한 회사의 약진이 도드라집니다. 이른바 '4대 기획사'는 잠시 제쳐놓고요. 2016년 설립된, 비교적 역사가(?) 짧은 기획사가 맹활약 중인데요. 국내 음원 차트부터 글로벌 차트,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에서까지 맹활약하고 있는 '더블랙레이블'이 그 주인공이죠.
최근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더블랙레이블 타율이 심상찮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단순히 인기 아티스트를 보유해서가 아닌데요. 수장 테디를 비롯한 소속 프로듀서진의 맹활약, 기존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는 기획, 아티스트들의 탄탄한 실력과 열정까지 뒷받침되면서 K팝 시장 중심에서 그 존재감을 각인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올해 가요계의 굵직한 장면 속엔 어김없이 더블랙레이블의 이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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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더블랙레이블의 성공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요.
'케데헌'은 명실상부 글로벌 히트작입니다.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귀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와 맞서 싸우면서 일종의 방어막 '혼문'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그린 '케데헌'은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넷플릭스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거듭났는데요. 나아가 글로벌 영화 부문에서 '레드 노티스', '캐리 온', '돈 룩 업'을 이은 역대 흥행 기록 4위까지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 성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케데헌'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까지 괄목할 성과를 쓰고 있는데요. 특히 극중 헌트릭스 멤버들이 부른 '골든(Golden)'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골든'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성공해 찬란히 빛나는 헌트릭스의 모습을 표현한 노래인 만큼 벅차오르는 가사와 멜로디 라인이 특징입니다. 최고 음이 '3옥타브 라(A5)'까지 올라가는 터라 세간의 실력자(?)들이 연달아 이 노래 커버에 도전하면서 관심을 끌었는데요. S.E.S. 바다, 권진아, 소향, 마마무 솔라, 엔믹스 릴리 등 '한 보컬'하는 이들이 시원하게 '골든'을 따라 부르면서 혼문을 지켰죠.
빌보드에서도 해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빌보드는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는데요.
빌보드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 라디오 방송 점수(에어플레이), 판매량 데이터 등을 종합해 순위를 산출합니다. 통상 전 세계 음악 차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는데요. 그런 만큼 순위에 진입하기조차 어려운 '꿈의 차트'입니다.
이 차트에서 1위를 달성한 K팝 아티스트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BTS 멤버 지민과 정국이 유일합니다. 여성 가수가 부른 K팝 노래 가운데 '핫 100'을 기록한 건 '골든'이 최초죠.
'골든'은 지난달 81위로 '핫 100'에 진입,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23위, 6위, 4위, 2위 등 '차트 역주행'을 이어가더니 7주 차에 1위 고지를 밟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1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데 성공했죠.
'골든' 작곡에는 IDO와 24, 테디, 이재, 마크 소넨블릭 등이 참여했는데요. 테디를 비롯해 IDO와 24는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와 더블랙레이블에서 빅뱅, 투애니원(2NE1)부터 블랙핑크, 전소미 등 인기 아티스트들의 히트곡을 제작한 이들이죠.
'골든'을 비롯해 OST 전반에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이 힘을 실었습니다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소다 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 등 OST 크레디트엔 이들을 비롯해 빈스, 쿠시 등 더블랙레이블 유명 프로듀서들이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역시 더블랙레이블 소속인 안무가 리정까지 안무에 참여하면서 애니메이션 속에 실제 K팝 무대 같은 퍼포먼스를 녹여냈습니다. 노래 커버는 물론 '소다 팝', '유어 아이돌' 안무 챌린지도 국내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확산하며 인기를 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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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소속 가수들도 활약 중입니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로제의 첫 정규 앨범 '로지(rosie)'는 최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27주 연속 랭크되면서 국내 여성 아티스트 최장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로지'는 로제의 전곡 작사·작곡 참여로 화제가 됐으며 발매 당시 '빌보드 200'에 3위로 진입, K팝 여성 아티스트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는데요.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메가 히트곡 '아파트(APT.)' 역시 글로벌 팬들의 여전한 사랑을 받으며 질주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은 '아파트'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와 아시아, 유럽, 북미 차트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빌보드 '핫 100'에서 최고 3위를 기록했고 차트에는 41주 연속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죠.
로제는 이 같은 성과로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도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아파트'는 해당 시상식의 주요 상인 올해의 비디오, 올해의 노래 부문을 비롯해 베스트 컬래버레이션, 베스트 팝, 베스트 디렉션, 베스트 아트 디렉션, 베스트 비주얼 이펙트 후보에 오르며 무려 7개 부문에서 수상을 노립니다.
4월 말 선공개곡 '핸즈 업(HANDS UP)'을 발표하며 첫 번째 EP '마이 아이즈 오픈 와이드(MY EYES OPEN VVIDE)' 컴백을 알린 미야오도 그룹 입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앞선 데뷔 싱글 '미야오(MEOW)'와 두 번째 싱글 '톡식(TOXIC)' 당시에는 특별한 콘텐츠가 없어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는데요. 첫 피지컬 앨범 발매를 기점으론 쇼케이스, 첫 대면 팬사인회, 음악 방송은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웹예능, 타 아티스트들과의 챌린지에도 활발히 출격하면서 컴백 열기를 더했습니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 강렬한 퍼포먼스로 대중의 알고리즘까지 정조준했는데요. 정식 컴백도 전에 '핸즈 업'으로 음원 차트에서 약진하며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더니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최상위권에 올랐고,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톱 100' 차트와 일간 차트에 진입, 순위를 점차 끌어올렸습니다. 멜론 일간 차트에서 최고 16위를 기록한 '핸즈 업'은 10일 기준 해당 차트 27위를 기록 중입니다.
여기에 블랙핑크 완전체까지 약 3년 만에 컴백,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지난달 발매된 하드스타일 장르의 '뛰어(JUMP)'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기타 리프 위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이 쌓여 중독성을 자랑하는 곡인데요. 그간 블랙핑크의 히트곡 다수를 만들어온 테디와 24는 물론, 디플로 등 해외 유수 작곡·작사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 곡은 지난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단독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블랙핑크가 그간 선보이지 않은 과감한 변신과도 같은 곡이라 '난해하다'는 반응도 나왔는데요. 에너지가 폭발하는 강렬한 후렴 구간 비트가 강한 중독성을 자랑하면서 이내 '뛰며들었다(뛰어+스며들었다)'는 반응이 속출했죠.
해당 곡은 빌보드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에서 모두 1위를 석권, '핫 100'에는 28위로 진입했습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는 18위,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팀 자체 최고 순위까 재차 경신하면서 글로벌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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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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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 데뷔는 우려를 씻고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습니다.
데뷔 전까지만 해도 올데이 프로젝트를 향한 시선은 반신반의에 가까웠습니다. 2017년 카드(KARD) 이후 혼성 그룹이 성공한 전례가 없는 데다가 군 입대 변수, 콘셉트 제한 등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한 포맷이기 때문이었죠.
여기에 멤버 애니에겐 '정유경 신세계 회장 장녀'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붙었는데요. 이는 화제성에 불을 붙이면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무대 위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더불어 팬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덕잘알(덕후를 잘 아는)' 면모와 멤버들과의 케미스트리가 점차 공개되면서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혔고 팬들을 끌어 모은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 등 멤버들의 독보적인 이력과 뛰어난 실력, 더블랙레이블의 기획력과 트렌디한 콘셉트 및 퍼포먼스로 호평을 받은 올데이 프로젝트는 음원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는 발매 2주 만에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바이브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퍼펙트 올킬(PAK)'을 달성, 빌보드 '글로벌 200'에도 진입하며 '혼성 그룹의 한계'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죠.
더블랙레이블에서 솔로로 데뷔한 전소미도 11일 두 번째 EP '카오틱 & 컨퓨즈드(Chaotic & Confused)'를 발매, 활동에 기지개를 켰습니다. 기존의 밝고 에너제틱한 이미지가 아닌, 스터터 하우스(Stutter House)라는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꾀한 타이틀곡 '클로저(CLOSER)'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앨범 채우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선언한 앨범인데요. 발매 직후 '클로저'는 멜론 '핫 100' 차트 4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습니다. 내면의 분열과 재결합을 표현한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후 유튜브 비디오 트렌딩 월드와이드 4위에 올랐죠.
전 세계에서 '대박'을 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올데이 프로젝트의 흥행, 전소미의 음악적 성장까지 맞물리면서 더블랙레이블은 지금 가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히트 릴레이'를 이어가는 기획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차트 석권,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 장르적 실험까지 한정된 영역에 머물지 않는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집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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