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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아체주, '동성 키스' 남성에 공개 태형 80대 선고...인권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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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학생, 주민 신고로 경찰에 적발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주장도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에서 태형 집행관이 등나무 막대기로 태형을 집행하고 있다. 반다아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에서 태형 집행관이 등나무 막대기로 태형을 집행하고 있다. 반다아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州) 정부가 동성 간 입맞춤을 이유로 남성 두 명에게 공개 태형을 선고했다. 판결을 두고 ‘보편적 인권’을 침해한 비윤리적 처사라는 비판과 ‘지역 고유 문화·관습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다.

동성애 이유 태형 선고 5번째


12일 AP통신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전날 아체주 반다아체 이슬람 법원은 동성애 혐의로 기소된 20대 대학생 두 명에게 공개 태형 80대를 선고했다.

록마디 훔 수석판사는 “두 학생이 동성 성관계로 이어지는 행위를 저질러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위반한 사실이 법적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입증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각각 85대 회초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당국에 협조했고 전과가 없는 데다, 4개월간 구금된 점을 고려해 감형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같은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AP통신은 “당시 경찰은 이들이 키스와 포옹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법원은 이를 성행위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집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1일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의 이슬람 법원에서 판사가 동성애 혐의로 기소된 두 남성에 대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뉴스

11일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의 이슬람 법원에서 판사가 동성애 혐의로 기소된 두 남성에 대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뉴스


아체주가 2015년 샤리아법을 전면 시행한 이후 동성애를 이유로 태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2월에도 10대, 20대 남성이 알몸으로 포옹하는 모습이 종교 경찰에 적발돼,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등나무 막대기로 85대의 채찍질을 당했다. 6월에는 혼외 성관계를 한 남녀가 100대형을 받았다.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지만, 아체주는 범죄로 규정한다. 수마트라섬 서부의 아체는 1945년 8월 인도네시아 독립 당시 자치권을 조건으로 연방에 합류했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무장 독립 투쟁을 벌였고, 2005년 중앙 정부와 자치권 보장을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에 남기로 합의했다. 이후 2006년 샤리아를 법으로 채택했고, 2015년부터는 비무슬림에게까지 적용하고 있다. 아체에서는 동성애와 미혼자 간 성관계, 간통, 도박, 음주뿐 아니라 여성이 몸에 붙는 옷을 착용하거나 남성이 금요일 기도회에 불참하는 경우에도 태형이 선고된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에서 샤리아법 집행관들이 태형을 당한 뒤 쓰러진 남성을 붙잡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 반다아체에서 샤리아법 집행관들이 태형을 당한 뒤 쓰러진 남성을 붙잡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력이냐 문화냐' 엇갈리는 평가


처벌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인권단체는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형벌이라며 폐지를 요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혐오와 차별에 기반한 끔찍한 폭력 행위”라며 “정부가 즉각 태형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아체주에서 다양한 위반 행위로 135명이 태형을 받았다.

반면 태형이 비인간적이라는 시각은 서구의 시각일 뿐,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논리다. 실제로 태형이 두려운 경우 대신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택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그럼에도 당수 범죄자가 공개 태형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죄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관대하고 인간적인’ 처벌이라는 평가도 있다. AFP통신은 아체 주민들은 공개 태형이 지역 사회 전체에 도덕적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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