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최혜정 | 이슈부국장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주식으로 장난치다 패가망신”하는 첫번째 케이스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 5일 인터넷 언론 ‘더팩트’가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보도한 이후, 이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는 긴급 메시지를 냈고 경찰은 25명의 전담팀을 편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차명거래에서 파생된 이해충돌,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가뜩이나 박탈감에 시달리던 개미들의 ‘역린’을 건드렸고, 코스피 5000으로 상징되는 ‘이재명표 경제 질서’에 흠집을 낸 사건이 됐다. 동시에 돈과 권력을 모두 갖겠다는 공직자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이기도 하다.
변호사 출신의 4선 중진 의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그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해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실소유주를 숨긴 차명계좌는 그 자체로 내부자거래와 이해충돌, 탈세 등 ‘반칙할 결심’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의원이 보좌관 명의를 빌려 거래한 것으로 의심받는 네이버와 엘지씨엔에스(LG CNS), 카카오페이는 모두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꼽히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에 임명된 6월16일 전후로 상승폭은 더욱 가팔랐고, 엘지씨엔에스의 경우 당시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만원 초반이던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이 의원의 휴대전화 속 주식거래 사진을 살펴보면,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들을 읽어낼 수 있다. 잔고 구분란에 ‘현금’으로 분류된 카카오페이(537주)와는 달리, 네이버(150주)와 엘지씨엔에스(420주)는 ‘신용’으로 구분돼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6380만원에 이른다. 이른바 ‘빚투’는 주가 상승에 대해 확신이 있을 때 ‘지렛대 효과’를 누리는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의 거래가 포착된 날 정부가 인공지능 국가대표 기업을 발표했고, ‘공교롭게도’ 네이버와 엘지씨엔에스가 포함됐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그가 이들 주식을 언제부터 얼마나 사들였고 중간에 차익은 어느 정도 실현했는지, 국정 과제와 관련된 다른 주식은 없는지, 차명계좌가 하나뿐인지, 무슨 자금으로 투자했는지 등이 명백히 규명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보좌관 명의 계좌로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는데도, 의정활동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재산공개 내역에는 한번도 유가증권 보유 사실이 기재된 적이 없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또 다른 이춘석’이 존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측근들이 계좌를 개설한 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을 공유할 경우 실사용자를 가려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의원도 주식 매매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면 차명거래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낙마 사유 역시 배우자의 차명 부동산과 차명 대출이었는데, 이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거나 불리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무력화하는 일도 다반사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은 배우자가 소유한 기업 주식에 대해 백지신탁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성근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역시 배우자의 수십억원대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결정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재임 기간 소송전으로 시간을 벌어 주식 처분을 유예하겠다는 꼼수다. 지난해 문헌일 전 서울시 구로구청장은 170억원대의 주식 백지신탁 불복 소송을 벌이다가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아예 구청장직을 던져버리기도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새로운 편법과 불법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빈틈을 모두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권력과 돈을 모두 가지려다 “패가망신”하게 된 ‘이춘석 학습효과’를 떠올리며 공직자 스스로 경계하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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