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2000억 원 유상증자
'부도 위기' 여천NCC 수혈 결정
DL"묻지마 지원, 모럴 해저드"
'선지원' 한화와 신경전 이어져
자금난에 시달리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디폴트(부도) 위기를 넘겼다. 여천NCC에 대한 자금 투입이 어렵다며 또 다른 대주주 한화그룹과 맞섰던 DL그룹이 입장을 바꿔 자금을 수혈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벼랑 끝에 몰렸던 여천NCC는 대주주의 자금 투입에 기사회생할 길이 열렸지만 장기 불황 속 경영난이란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결정이 임시방편에 그칠 거란 걱정도 크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ㅔ열린 DL그룹 지주사 DL 이사회에서도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통과시켰다.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 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증자로 확보된 자금 대부분은 여천NCC에 투입될 전망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여천NCC는 올해 안에 약 3,100억 원가량의 운영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해 21일까지 막아야 할 360억 원 외에도 이달 말까지 각종 대금과 직원 급여 등을 포함해 추가로 1,800억 원이 더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7월 말 이사회 승인을 거쳐 1,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DL 측에도 같은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바랐다. 하지만 DL그룹 측은 자금 수혈이 어렵다고 했고 두 그룹은 여천NCC의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충돌해 왔다.
'부도 위기' 여천NCC 수혈 결정
DL"묻지마 지원, 모럴 해저드"
'선지원' 한화와 신경전 이어져
여천NCC 제1사업장. 여천NCC 홈페이지 |
자금난에 시달리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디폴트(부도) 위기를 넘겼다. 여천NCC에 대한 자금 투입이 어렵다며 또 다른 대주주 한화그룹과 맞섰던 DL그룹이 입장을 바꿔 자금을 수혈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벼랑 끝에 몰렸던 여천NCC는 대주주의 자금 투입에 기사회생할 길이 열렸지만 장기 불황 속 경영난이란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결정이 임시방편에 그칠 거란 걱정도 크다.
DL케미칼, 2000억 원 '유증' 결정
여천NCC의 원료수입기지 전경. 나프타를 선박으로 운반해 원료저장탱크에 보관한 뒤 각 사업장으로 원료를 이송하는 시설이 있는 곳이다. 여천NCC 제공 |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ㅔ열린 DL그룹 지주사 DL 이사회에서도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통과시켰다.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 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증자로 확보된 자금 대부분은 여천NCC에 투입될 전망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여천NCC는 올해 안에 약 3,100억 원가량의 운영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DL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해 21일까지 막아야 할 360억 원 외에도 이달 말까지 각종 대금과 직원 급여 등을 포함해 추가로 1,800억 원이 더 모자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7월 말 이사회 승인을 거쳐 1,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DL 측에도 같은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바랐다. 하지만 DL그룹 측은 자금 수혈이 어렵다고 했고 두 그룹은 여천NCC의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충돌해 왔다.
1999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여천NCC는 2017~2021년만 해도 연평균 5,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회사였다. 직원 1,000여 명 평균 연봉이 1억1,000만 원대를 오가며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업황 악화에 2022년 들어 최근 3년 새 누적 적자는 약 7,800억 원에 달한다.
한화 "DL 지원 의지 의심돼"... 갈등 계속
그래픽=이지원 기자 |
이날 DL 측의 유상증자 결정 이후에도 두 그룹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DL은 한화를 겨냥해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라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금 흐름은 왜 안 좋아진 것인지 영업 하락 때문이라면 자구책은 실행가능한 수준인지 따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화는 "2조2,000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 원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일으킨 DL이 비난에 직면하자 원료 공급 계약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며 "DL 측의 증자 결정 공시 역시 자금 용도가 운영 자금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DL은 한화가 여천NCC에서 납품 받는 에틸렌 가격을 지나치게 깎아 여천NCC 손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석유화학 업계에 도미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 과잉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국내 석유화학 '빅4'로 꼽히는 기업들마저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LG화학(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은 도합 4,76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기업은 2022년 상반기만 해도 2조5,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구책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불황의 골이 깊다"며 "기업들의 생존이 위태로운 만큼 정부 지원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