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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패망 직후 사할린서 조선인 학살…시신 총검 훈련에 쓰기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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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러시아 자료 연구자 취재
기존 학살 사건 외 새로운 자료 나와
소련군 스파이 혐의 씌워 조선인 총살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희생자 유해 14위가 2019년 10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봉환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영종도=연합뉴스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희생자 유해 14위가 2019년 10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봉환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영종도=연합뉴스


일본군이 1945년 8월 15일 패전 이후에도 사할린 남부에서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이 러시아 정부 자료를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군은 옛 소련군의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누명을 씌워 조선인들을 총살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군은 사할린 지역에서 옛 소련군과의 전투가 끝난 뒤인 같은 해 9월 초까지 조선인들을 총살했다. 패전 후 일본군의 사할린 지역 조선인 학살 사건은 8월 17일 18명을 살해한 '가마시스카 사건'과 같은 달 20~25일 28명을 살해한 '미즈호 사건'이 알려졌으나, 다른 사건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 사할린주(州) 향토박물관 담당자가 2019년 러시아 정부에 자료 공개를 청구해 2021년 복수의 사건에 대한 수사 자료를 받으면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이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발표한 현지 연구자들을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옛 소련군 스파이' 의심해 총살


현지 연구자가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군은 남사할린 북서부 지방에서 8월 15일 옛 소련군 공습 중에 소련군에게 신호를 보냈다는 스파이 혐의로 조선인 남성을 총살했다. 총살 이후 이 조선인 시신을 전투 훈련에 사용하는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시신에는 일본군 27명의 총검 훈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같은 날 북동부 지방에선 일본군과 함께 의용대에 소속된 조선인 남성도 총살됐다. 이 조선인 남성이 일본군처럼 무장을 요구하자 수상하다는 이유였다. 9월 초에는 무기 은닉 장소를 소련군에 알릴 것 같다고 의심을 산 조선인 남성이 총살됐다. 마이니치는 "1945년 8월 11일 옛 소련군이 남사할린에 침공해 2주간 지상전이 벌어졌고, 유언비어가 난무했다"며 "일본군이 조선인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운 사건이 잇따랐다"고 분석했다.

미즈호 사건을 연구해 온 이노우에 고이치 홋카이도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에 "소련군이 남하하면서 지상전이 임박하자 일본의 군국주의가 폭발했고 그 화살이 조선인들에게 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노우에 교수는 "당시 수사 자료는 소련 정부의 시각에서 작성해 일본이나 조선 측 시각이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련군의 침공이 없었다면 (학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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